[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김민재의 소속팀은 이제 나폴리가 아닌 바이에른 뮌헨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은 19일(한국시간) 김민재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김민재는 2028년까지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다. 김민재는 자신을 상징하는 3번을 달고 뛴다. 이적료는 바이아웃에 해당하는 5000만유로(약 710억원)로 알려졌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은 모든 축구선수의 꿈이다. 뮌헨에서의 모든 일이 기대된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여기서 계속 발전하겠다. 구단과 대화하며 나에게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꼈다.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가능한 많은 우승 타이틀도 얻고 싶다”라는 입단 소감을 밝혔다.

김민재는 17일 한국을 떠나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도착 직후 호텔에서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에는 정장을 입고 훈련장을 방문한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독일 언론 빌트에서는 21일 공식 발표가 유력하다고 보도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김민재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나폴리에 지급한 5000만유로는 역대 한국인 선수 중 최고 이적료에 해당한다. 2015년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쓴 3000만유로(약 426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상징성도 큰 이적이다. 한국인 센터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메가 클럽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박지성이 황금기에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지만, 포지션도 다르고 몸값에 큰 차이가 있다. 당시 박지성의 이적료는 600만유로(약 85억원)로 알려졌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김민재는 박지성의 후배가 될 것처럼 보였다. 맨유가 지속해 관심을 보이며 영입전에 나서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김민재가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있던 시기부터 바이에른 뮌헨이 강력한 차기 행선지로 떠올랐다. 바이에른 뮌헨은 바이아웃 금액을 주저하지 않고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김민재 개인에게도 최소 1000만유로(약 142억원)에서 1200만유로(약 170억원)의 세후 연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이변 없이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스페인 라리가의 거인인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유럽 3대 클럽으로 꼽힌다.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 랭킹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는 팀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우승을 당연하게 여기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 바로 바이에른 뮌헨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영입하는 바이에른 뮌헨이 김민재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지난시즌 활약을 보면 바이에른 뮌헨의 선택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김민재는 수비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2022~2023시즌 베스트 수비수상을 수상했다. ‘철기둥’이라 불리며 후방에서 나폴리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며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압도적인 피지컬에 폭발적인 스피드, 강력한 몸싸움, 지능적인 수비까지 갖춘 김민재는 단숨에 유럽 정상급 수비수로 도약했다. 5000만유로에 달하는 바이아웃이 저렴해 보일 정도로 김민재의 실력은 탁월하다. 실제로 이적전문매채 트랜스퍼마크트는 김민재의 시장 가치로 6000만유로(약 852억원)를 책정하고 있다. 지난시즌 활약에 1996년생으로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는 나이 등을 고려하면 바이에른 뮌헨은 거품이 심한 유럽 이적시장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김민재를 데려왔다고 볼 수 있다.

새 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김민재의 주전 경쟁 구도에는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애초에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시즌 다요 우파메카노가 불안감을 노출해 김민재를 영입했다. 독일 주요 언론에서는 김민재가 수비의 핵심인 마티아스 더 리흐트와 함께 주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바이에른 뮌헨 선수가 된 김민재는 독일 현지에서 짧은 적응에 나선 뒤 일본으로 건너와 본격적으로 프리시즌 투어를 시작할 전망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일본에서 맨체스터 시티,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친선경기를 치른다.

한편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공식 발표에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나폴리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그동안 사랑과 응원을 보여준 나폴리 팬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한다”라면서 “덕분에 33년 전 마라도나 이후 스쿠데토를 차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열정적인 구단 나폴리,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팀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폴리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내가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나폴리를 기억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김민재는 나폴리 응원 문구인 “포르자 나폴리 셈프레”라는 말로 인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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