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옛말에 ‘시집가는 날 등창 난다’는 속담이 있다.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 공교롭게도 걸림돌로 꼬인다는 비유적인 말이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프리에이전트 효과’라는 게 있다. FA를 앞둔 전 시즌 펄펄 난데서 온 신조어다. 실제 지금은 고인이 된 명장 스파키 앤더슨 감독은 “시즌 후 FA가 되는 25명이 멤버라면 나는 성적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추추 트레인’ 추신수, ‘몬스터’ 류현진 등은 나란히 FA를 앞둔 전 시즌 생애 최고의 시즌으로 몸값을 끌어올렸다.

박찬호는 2001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 추신수는 2013년 7년 1억3000만 달러, 류현진은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의 대박을 터뜨렸다. 이들은 FA 효과로 톡톡히 몸값을 올린 해외파들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FA를 앞두고 오히려 평소보다 기록이 저하돼 몸값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바로 시집가는 날 등창 나는 꼴이다.

LA 다저스 좌완 훌리오 유리아스가 그렇다. 2023시즌 후 FA가 된다. 유리아스는 20일(한국 시간) 볼티모어 캠든야드에서 오리올스를 상대로 5이닝 동안 8안타(1홈런) 8실점 하고 시즌 7승6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했다. 다저스는 3연전 스윕을 노렸으나 5-8로 졌다. 평균자책점 5점대로 천하의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도 몸값을 올릴 수가 없다. 유리아스 에이전트는 보라스다.

유리아스가 2021, 2022시즌과 같은 행보를 보였다면 보라스는 주판알 굴리느라 바빴을 것이다. 좌완 이점까지 있다. 2021시즌 185.2이닝을 던져 MLB의 유일한 20승(3패) 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도 2.96. 지난해는 175이닝을 투구하면서 17승7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MLB 1위였다.

‘FA 효과’는커녕 상황은 최악을 치닫고 있다. 현재와 같은 성적이 유지될 경우 보라스는 다년계약을 포기하고 1년 계약 후 다시 FA로 몸값을 튀기는 수밖에 없다. 멕시코 태생의 유리아스는 이제 26세다.

재미있는 사실은 예전 LA 다저스 박찬호의 동료였던 유리아스의 대선배 이스마엘 발데스(49)도 FA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발데스도 멕시코 출신이다.

우완 발데스는 1995년~1999년까지 5시즌 동안 총 996.2이닝을 투구해 시즌 평균 199이닝으로 200이닝에 가까웠다.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고 9승14패를 한 1999시즌에도 평균자책점은 3.98을 유지했다.

구단은 FA를 앞둔 1999년 오프시즌 발데스를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했다. 그러나 시즌 도중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다시 다저스로 컴백했다. 2000시즌 후 FA가 되는 발데스는 그 해 부상이 겹치면서 컵스와 다저스에서 총 107이닝을 던지고 2승7패 5.64를 기록하며 몸값은 헐값이 됐다.

2000년 최고 몸값(573만 달러)이었던 발데스는 이후 LA 에인절스,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플로리다 말린스를 전전했지만 한 번도 연봉이 250만 달러를 넘은 적이 없다.

유리아스도 올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1개월 보름가량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 연봉은 1425만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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