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코프리브니차(크로아티아)=김동영기자] “코리아? 흥민쏜(손흥민)!”

손흥민(31·토트넘)의 ‘위엄’이다. 축구강국 크로아티아답게 축구의 인기가 높다. 반대로 아시아인을 잘 접하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종차별’이 나온다. 묘한 곳이다.

제10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가 2일 저녁 8시(한국시간) 크로아티아 4개 지역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아시아를 제패한 한국은 스페인, 브라질, 바레인과 한 조에 묶였다. 3일 새벽 2시30분 바레인과 첫 경기를 치른다.

장소는 크로아티아 북부에 있는 코프리브니차다. 인구 약 2만8000명 정도 되는 소도시. 한적하고, 여유 있는 곳이다. 그래도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최신 시설의 체육관도 갖추고 있다.

수도 자그레브라면 모를까, 코브리브니차에 아시아인이 등장한 것이 이례적이라 한다. 한국 대표팀이 묶는 숙소에 일본 대표팀도 함께 있다.

한국 선수들이 이동할 때마다 지나가던 크로아티아인들의 눈길이 쏠린다.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으며 “헬로”라고 인사해준다.

개중에는 ‘KOREA’를 알아보고, 태극기를 알아본 이들도 있었다. 축구 때문이다. 손흥민이 민간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축구팬은 “오! 코리아! 흥민쏜!”이라 외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무슨 종목 선수인지 물어오는 이들도 제법 많았다.

기본적으로 크로아티아는 핸드볼 인기가 높다. 실력도 갖추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 핸드볼 강국으로 꼽힌다. 핸드볼 대표팀이라고 하니 크로아티아 사람들도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굿럭”이라며 선전도 기원했다.

조금 다른 상황도 벌어졌다. 길을 걷다가 인종차별 단어를 직접 들었다. 10대 소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기자를 향해 “칭총”이라 말하며 크게 웃었다.

‘칭총’ 혹은 ‘칭챙총’은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단어다. 서양인들이 중국어를 들을 때 ‘칭챙총’ 따위로 들린다고 하여 나온 말이다. 눈을 양옆으로 찢는 행위와 함께 대표적인 동양인 비하 행위다.

당황스러웠다.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또박또박 “칭총”이라 말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아시아인 비하, 인종차별의 뜻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썼나 싶었다. 한편으로 보면 말을 한 후 친구들끼리 키득거리는 것을 보면 또 일부러 한 것도 같았다.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은 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크로아티아의 작은 도시에서 한국인의 자부심과 차별의 아픔을 같은 날 동시에 겪었다. 묘한 곳에 와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