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대체’로 등판했지만 ‘당초 선발투수’였다.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외국인 투수 합류로 불펜으로 돌아간 이래 선발진에 결원이 생기면 언제든 등판하는 최승용(22·두산)이 또 한 번 팀을 구했다.
최승용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5.1이닝을 3안타 1실점으로 막아냈다. 6회초 2사 3루에서 자신의 글러브를 스치는 내야안타로 실점한 점을 제외하면 흠잡을 데 없는 투구로 두산 이승엽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지난 6월22일 SSG전 이후 2개월여 만에 선발 마운드로 돌아온 최승용은 이날 6회 1사까지 단 74구를 던지는 효율적인 투구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속구 최고구속은 시속 148㎞까지 측정됐고 평균 145㎞에 달했다. 불펜에서처럼 매이닝이 마지막인 것처럼 던졌다. 속구와 조화를 이룬 건 슬라이더였다. 삼성은 이날 좌타자를 여섯 명이나 배치했는데, 최승용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활용했다.
좌타자 몸쪽으로 어설프게 들어갔다가는 홈런을 허용할 수 있는 스플리터는 단 두 개만 던졌고, 타이밍을 빼앗기 위한 커브를 목적구로 활용했다. 최저 118㎞까지 구속을 떨어뜨린 커브에 삼성 타자들은 타이밍을 빼앗겼고, 허를 찌르듯 날아드는 몸쪽 속구에 배트가 밀리거나 늦게 맞는 모습이 연출됐다.

시즌 13번째 등판에서 자신의 올시즌 최다이닝 3위 기록인 5.1이닝을 던졌고, 유일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던 5월13일 KIA전(6이닝 1실점)에 버금가는 역투로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이날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은 최원준 차례였는데, 허리 담 증세로 재활 중이다. 이 감독은 “심한 상태는 아니고, 컨디션 조절 차원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것이기 때문에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복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 자리를 최승용이 대신했다. 이 감독은 “4~5이닝 던져주면 더 바랄 게 없다. 초반에 난조를 보인다면 김명신을 이어붙여 흐름을 잠글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담갖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최하위 팀에게 덜미를 잡혀 순위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 감독이 제기한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지워냈다. 최승용이 든든히 마운드를 지켜내자 두산은 정수빈이 1회말 리드오프 홈런을 쏘아올리며 기선을 제압했고, 4회말 상대 실책에 편승해 3점을 몰아쳐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5월13일 KIA전 이후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최승용은 86일 만에 시즌 3승을 따냈다. 시즌 3승은 최승용의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폭염 속 6연전의 서막을 ‘불펜데이’로 열어야 했던 두산도 한시름 놓았다. 효자가 따로없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