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배우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들의 변신은 충격 그 자체다. 지난 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모자 김경자와 주오남으로 분한 배우 염혜란과 안재홍의 이야기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직장인 김모미와 그를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로 배우 이한별, 나나, 고현정 등 3명의 배우가 김모미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브라운관을 씹어 먹는 두 배우의 연기에 주인공들의 기세가 눌린 모양새다. 중년의 김모미를 연기한 고현정은 “안재홍의 ‘아이시떼루’에 넘어갔다”고 할 정도다. 파격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두 모자를 만나 연기비결을 엿들었다.

◇고현정도 칭찬한 일본어, 안재홍 자신의 아이디어

이 남자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아직도 그를 tvN ‘응답하라 1988’(2015)의 사랑스러운 정봉이, 혹은 JTBC‘멜로가 체질’(2019)의 연애 못하는 스타PD 손범수로 기억하는 이들은 ‘마스크걸’의 주오남 연기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

기름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몇 가닥 안남은 머리카락과 운동부족으로 불룩 나온 배, 성인돌과 생일상을 차려 셀프 축하를 건네고 야동으로 성적욕구를 해결하는 모습까지. 동명의 원작 웹툰 속 주오남을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옮겨온 것 같은 그의 변신에 누리꾼들은 “은퇴작이냐”, “연기차력쇼”, “조금만 살살 연기해달라”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안재홍은 “시청자들이 이렇게 뜨겁게 반응할지 몰랐다. 이런 놀라움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라고 말했다.

“변신이라는 생각보다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어떻게 해야 캐릭터가 파격적으로 보일지 고민하며 이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죠.”

캐스팅 제안을 받은 뒤 원작 웹툰을 정독한 안재홍은 “웹툰 속 주오남은 극단적으로 과장된 인물이지만 내가 연기한 주오남은 어딘가 있을 법한 현실성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안재홍은 외모부터 말투까지 싹 바꿨다. 주오남이 되기 위한 분장만 2시간, 다시 안재홍으로 돌아오기 위해 분장을 지울 때는 1시간, 총 3시간에 걸쳐 분장을 받았다.

배우 본인의 머리를 최대한 납작하게 만든 뒤 특수제작한 정수리 탈모가발을 씌웠다. 배를 표현하기 위해 열감이 느껴지는 특수분장된 배옷을 입고 그 위에 셔츠를 걸쳐 디테일을 살렸다. 배옷은 피대성 대표가 이끄는 도트에서 안재홍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분장 뒤의 안재홍에게는 ‘주오남 타임’이 펼쳐졌다. 걸음걸이도 조금씩 바꿨다. 손에 로션을 발라 안경 아래 지문을 만들어 눈이 번들번들 보일 수 있게 했다. 몰입감을 위해 인물을 형상화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AV물에 푹 빠진 주오남이 일본어로 성인돌과 대화하는 장면은 안재홍의 발상이었다. 안재홍은 “웹툰에서 주오남이 일본어로 중얼대는 모습을 보며 서늘함을 느꼈다”며 “감독님과 미팅 때 ‘주오남이 일본어를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주오남이라는 인물이 더 생경해지고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선배배우 고현정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했다. 그는 “촬영시기가 달라 고현정 선배님은 촬영 종영 파티 때 처음 봤다. 대선배께서 후배인 나를 칭찬하는 건 응원하는 마음이라 여겨 감사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스크걸’이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안재홍의 주가도 한층 올라갈 전망이다. 다만 해외에서도 그의 이미지가 주오남으로 구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안재홍은 “주오남은 내게 영광스런 캐릭터”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이 뜨거운 반응으로 다가왔다는 게 감사해요. 지인들이나 시청자들이 응원해줄 때 들뜨기보다 ‘좀 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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