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두산과 LG에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다. 홈구장이 꽤 긴 시간 사라지게 됐다. 대안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서울시의 대응도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시는 18일 잠실 돔구장(가칭) 건립 계획을 내놨다. 현재 잠실구장을 헐고, 돔구장을 새로 짓는다. 호텔과 연계해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오세훈 시장의 구상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잠실구장은 지은 지 40년 넘었다. 여러모로 불편함이 있다.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한계가 있기 마련. 새로 최신식 돔구장을 지으면 나쁜 것이 없다. 계속 비 때문에 애를 먹고 있기에 돔의 활용도 또한 높다.
문제는 ‘기간’이다. 2025시즌을 마친 후 잠실구장을 해체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공사에 돌입, 2031년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즉, 두산과 LG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6년간 사용할 임시 홈구장을 찾아야 한다. 어마어마한 미션이 갑작스럽게 떨어졌다.
애초 잠실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느 정도 협의도 됐다. 실제로 주경기장을 손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다시 제동을 건 모양새다. 안전 문제가 이유다.
현재 구조상 주경기장으로 가려면 잠실구장을 거쳐서 가는 이동로가 최단거리다. 자연히 많은 팬이 현재 이동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잠실구장 자리에 공사가 들어갈 경우, 주변도 함께 폐쇄되기 마련이다. 주경기장으로 향하는 이동로도 영향을 받는다.
한곳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태원 사고 이후 정부기관 및 지자체에서는 사람이 몰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연장선상이라 봐야 한다.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두산과 LG, 나아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난감하다. LG 차명석 단장은 “안전 문제로 주경기장이 안 된다고 하니, 난감한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팬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두산 관계자 또한 “서울시, KBO, LG와 함께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발표가 나온 감이 있다. 당장 이번 주라도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 관계자는 “팬들이 최우선 아니겠나. 일단 오늘 발표가 나왔고, 당장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금은 무엇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봐야 한다.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원론적인 이야기 뿐이다. 결국 서울시의 행보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잠실구장 자리에 돔구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는데, KBO-LG-두산과 사전 조율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직접 당사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툭’ 나온 셈이다.
그래 놓고 잠실주경기장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동시에 나왔다. ‘새 구장 지어줄 테니 그때까지는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거대 지자체의 일 처리치고는 섬세함이 없다.
기존 역학관계 또한 서울시가 KBO-LG-두산 위에 군림하는 구조였다. 사기업이 야구장을 소유할 수 없는 현행법 구조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
결국 최선의 방안은 잠실주경기장을 6년간 쓰는 것이라 봐야 한다. 고척과 목동에 다른 구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용이 쉽지 않다.
목동은 프로팀이 쓰기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역주민 반발도 있다. 아마 대회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고척을 쓴다고 해도, 두 팀 다 들어갈 수 없다. 서울팀인데 서울 외의 구장을 쓰는 것은 더 이상하다. 심지어 무려 6년이다.
사전 협의가 됐고, 의견 수렴이 됐다면 충격파는 덜했을 수 있다. 그게 없으니 고스란히 날벼락을 야구계가 맞는다.
잠실종합운동장 전체는 서울시의 것이 아니다. 국민의 것이고, 서울시민의 것이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백번 찬성하지만, 과정을 이렇게 갈 일은 결코 아니다. 나아가 대안도 같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