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피 땀 눈물’
이제,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올해 초,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가 150만대를 돌파했다. 본지는 ‘가요’(Pop)로 ‘타는’ 시승기를 통해 국내 출시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엄선해 성능과 가성비,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한다. 선정한 음악과 차량을 동일선상에 놓고 표현했다. 세 번째는 현대차 ‘아이오닉 5N’이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태안=원성윤기자]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 다 가져가 가.”
방탄소년단이 BTS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한 건 ‘피 땀 눈물’(2016)이었다. 7명의 멤버들이 보여주는 안무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아이오닉 5N’이 가진 650마력의 힘을 떠올리게 했다.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는 선과 악이 대결구도 위에 헤겔의 변증법처럼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걸 보여준다. 아이오닉 5N은 새로움 그 자체다. 지난 아이오닉은 죽었다. 새로운 아이오닉, 그 이상의 탄생이다. 니체는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해치백의 아이오닉이 파괴적인 스포츠카의 아름다움을 갖기까지, 혼돈의 시간을 지나 ‘춤추는 별’로 새롭게 태어났다.
◇ 650마력 265㎞/h 속도까지…내연기관 특징 완벽 구현
19일 충남 태안 HMG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했다. 기자는 △N 레이스 △N e-shift △N 그린 부스트(NGR) △N 런치콘트롤 △N 페달 △N토크 디스트리뷰션(전·후륜 배분 설정)을 익히는 데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앞서 14일에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만 해도 선뜻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저게 다 될 리가 없을 거니까.

생각이 산산조각났다. 서킷에 들어서서 아이오닉 5N의 성능을 하나씩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핸들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N버튼의 쓰임새를 명확하게 익혀야 했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N 페달부터 여러 기능들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화면을 드래그해서 기능을 정확하게 지정해주면, 그에 맞춰 스포츠카가 가진 기능들을 하나 둘 우습게 구현해냈다. 마치, 이 차의 등장을 비웃던 모두를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오닉 5N은 전기차다. 내연기관 차가 아니다. 그렇지만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다를 바가 없다, 는 이 모순적인 논법은 적어도 아이오닉 5N에선 존재한다. ‘N-e shift’는 전기차가 갖고 있을 수 없는 변속기능을 적확하게 실현한다. 제로백을 실험하기 위해 출발선에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고 앞으로 치고 나갔다. 1단, 2단, 3단 빠르게 핸들 뒤 오른쪽 손가락으로 패들시프트를 작동할 때마다 내연기관의 미션 변속감이 그대로 핸들에 전해졌다. 제로백 3.4초를 찍고, 브레이킹을 잡고 라바콘을 아슬아슬하게 비껴 안쪽으로 진입할 때는 N브레이크 리젠(NBR)이 강력한 제동성능을 발휘했다. 이번엔 ‘N 런치콘트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지상태에서 최대 가속 성능으로 출발하는 것 역시 스포츠카로 유명한 P사의 런치콘트롤 능력과 진배 없었다. ‘와’ 기자도 모르게 엄지가 들려있었다.

이럴 리가 없다고 부정하며 드리프트 구간으로 이동했다.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기능을 켰다. 생전 해본 적 없는 드리프트를 하라고 인스트럭터가 부추겼다. 빗길 주행을 만들어 놓은 도로 위에서 핸들을 꺾고 가속을 줄이지 않은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역시 오버스티어(조향능력 상실)가 발생하면서 후륜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리는 걸 느꼈다. 차량은 안쪽으로 계속해서 파고들었고,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는 것마냥 타이어의 마찰음을 즐기기 시작했다.

멀미가 저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이었다. 이번엔 전문 레이싱 드라이버가 ‘택시 모드’에 돌입했다. 한 바퀴에 1분 이상 걸리던 기자의 ‘할배 운전’과 달리 드리프트를 주며, 직선주로에선 빠르게 치고 나갔다. 아이오닉 5N이 가진 성능을 무한대로 뽑아내며 기자의 랩 타임 절반에 한 바퀴를 돌았다. 가장 압권은 최고속도 265㎞/h를 달성할 때였다. 서킷에서 200㎞/h를 넘어갈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지만, NGB(그린부스트)를 쓰자 속도는 최고 한계치 265㎞/h를 찍었다. 몸이 아래로 짓눌리는 이른바 ‘횡G’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오닉 5N이 일을 내긴 했구나’ 손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긴장감을 방증했다.
◇ 박준우 상무 “고성능차 기준을 만들고 싶다”
본지가 유튜브에 올린 ‘아이오닉 5N 서킷 동영상’은 누적 조회수 1만5000회를 기록했다. 그 중 “얼마를 갈아 넣었길래 이런 차를 만들었냐”는 댓글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뉘르부르크링 서킷 20.8㎞은 154개 코너로 이뤄져 극한의 주행 환경을 시험케한다. 타사 전기차들이 채 1바퀴도 못 돌고 퍼진 것과 달리 아이오닉 5N이 2바퀴를 돌고도 배터리 온도가 46℃에 불과하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감탄을 보여준 이유다. 서킷에서 만난 박준우 현대차 상무(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는 자신감에 넘쳤다. “상무님, 이 차는 하루만 타서 알 수가 없겠어요.” “아이오닉 5N로 고성능차 기준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음엔 꼭 2박 3일로 타러 오세요.” “네에....?” 멀리 표지판이 보였다. ‘당신은 태안을 떠나고 있습니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