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울릉도에서 구조된 믹스견 요다(13세 추정 강아지)를 만난 후 인생이 달라졌다는 남자가 있다. 성공회대 평생교육원 동물아카데미 정경섭(52) 주임교수다.

“제 인생은 요다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뉩니다. 요다와의 교감을 통해 치유와 사랑을 획득했다고 할 정도로 제 인생에서 깊은 울림을 준 사건입니다. 지금도 그래요. 요다 덕분에 제 행복 지수가 무척 높아졌어요. 요다와 하루 세 번 산책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힐링의 시간입니다. 요다 옆에서 동물 관련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정 교수가 요다를 만난 것은 2017년. 울릉도에서 구조돼 동물병원에 임시 보호 중이던 요다는 겁에 질려있었다. 입양자를 기다리던 요다를 본 뒤 유난히 마음이 가 입양 절차를 밟고 가족이 됐다.

사람을 두려워했던 요다가 옆에 와서 앉던 날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는 정 교수는 “어렸을 때 키웠던 강아지에게는 사랑을 주는 법을 몰랐다. 목줄을 매서 키웠고 사람이 먹던 걸 주었다. 몰라서 그랬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다”면서 “그때 못 주었던 사랑을 요다에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에야 동물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과거 자신처럼 여전히 동물의 특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 성공회대 동물아카데미다.

성공회대와 동물자유연대가 ‘동물보호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아 지난 3월 개설한 동물아카데미는 동물보호운동의 역사와 쟁점, 동물철학의 이해, 반려동물과 사역동물, 경계동물 길고양이, 동물과 인간을 위한 동물법, 한국동물보호운동의 과제 개 식용 종식 등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정 교수를 비롯해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임지연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조윤주 VIP동물의료센터 기업부설연구소장,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 김도희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대표 등이 강사로 나선다.

첫 1기 강의는 지난 3~6월 진행됐다. 동물 단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는 물론 캣맘을 자처하는 주부와 학생, 은퇴 후 동물보호 활동을 꿈꾸는 어르신 등 다양한 사람들이 수업을 들었다.

정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동물 보호 교육이 체계적으로 마련된 경우가 없었다. 수강생들이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 내년에는 심화 과정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0월에 2기 강의가 시작된다. 이 강의를 들은 시민들의 ‘생명 감수성’이 더 풍부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동물아카데미의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을 돈으로 사고파는 애완동물 가게나 개를 식용하는 행위 등을 반대한다.

현재 한국의 동물권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30점’이라는 정 교수는 “갈 길이 멀었다. 반려동물 관련 법 제도가 낙후돼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만 기형적으로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복지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 아이샤 아크타르의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 정답이 있어요. 반려동물이 바라는 건 한가지입니다. 친절하게 대해줄 것. 친절하려면 타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다른 종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세요.”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