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진화=박준범기자] “지금부터가 승부.”

황선홍 아시안게임 남자 대표팀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시작된 후 ‘평정심’과 ‘꾸준함’을 강조하고 있다. 조별리그 1차전 쿠웨이트를 상대로 9-0 대승을 따낸 뒤에도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 때문인지 황선홍호는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무엇보다 3경기에서 16골을 넣으며 한 골도 내주지 않는 그야말로 ‘무결점’ 경기를 펼쳤다는 건 의미가 있다. 다만 방심도 자만도 없다. 황 감독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바레인)을 3-0으로 승리한 뒤에도 “모든 승부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매 경기에서 대승할 수 없다. 한 골 차 승부도 잘 해내야 강팀이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지금부터가 승부”라고 힘줘 말했다.

황선홍호의 목표는 16강이 아닌 전무후무한 대회 ‘3연패’다. 이제 3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한 번 패하면 탈락하는 토너먼트는 황 감독의 말대로 이제 시작이다. 아직 황선홍호에 ‘적수’라 불릴 만한 상대는 만나지 않았다. 16강에는 개최국 중국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이 올라와 있다.

황선홍호는 오는 27일 진화 스포츠센터에서 키르기스스탄과 16강 맞대결을 펼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7위인 키르기스스탄은 기술보다 힘을 앞세운 팀이다. 1~2차전에서 고전했으나 최종전에서 대만을 상대로 4골을 터뜨리며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따냈다.

그래도 지각 합류한 ‘골든 보이’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토너먼트를 앞두고 36분 동안 예열했다는 점은 황선홍호에 긍정적인 요소다. 이강인은 소속팀 파리생제르맹의 늦은 차출 허가로 지난 21일에서야 합류했다. 더욱이 이강인은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강인은 바레인과 3차전에서 전격적으로 선발 출전했다. 측면 공격수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부여받았다. 자유롭게 1~2선을 오갔고, 특유의 드리블과 돌파가 여러 차례 나왔다. 다만 확실히 몸 상태가 100%는 아니어서, 36분 만에 교체됐다. 황 감독이 철저히 계산한 점검이었다.

더욱이 이강인이 대표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 것도 지난해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이 마지막이었다. 이강인 스스로도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봤는데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할 점도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황선홍호가 3연패를 달성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키플레이어’다. 핵심 자원이자 중요한 순간 해결사 구실도 해내야 한다. 황 감독은 이강인을 지속해서 ‘프리롤’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은 “(포지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무리가 있지만,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이 (이강인에게) 나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강인은 “내가 어떻게 뛰느냐보다 중요한 건 팀 성적이다. 노력하겠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도 목표(금메달)를 위해 한 팀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 경기(16강)가 중요하니까 잘 준비하겠다.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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