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이충현 감독의 뮤즈, 배우 전종서가 핏빛 복수극을 시작한다.

오는 10월 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이충현 감독)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 분)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 분)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김지훈 분)를 쫓으며 펼치는 감성 액션 복수극이다.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발레리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감각적이고 독특한 연출로 2015년 단편영화 ‘몸 값’으로 등장해 첫 장편상업영화 ‘콜’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이충현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기획 계기에 대해 이 감독은 “단순한 서사를 가진 복수극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 당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지만 영화에서는 구현할 수 있는 복수를 그려내고 싶어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제목에 대해선 “발레와 복수라는게 상반된 느낌이지만 발레라는 예술이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깊이 파고들어가면 치열한 부분이 있다. 복수극 자체가 하나의 발레공연이었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연인이자 전작 ‘콜’에서 호흡을 맞춘 전종서가 무술에 능한 주인공 옥주를 연기했다. 전종서가 연기하는 옥주는 갑자기 죽음을 선택한 친구 민희의 부탁을 받고 지옥 끝까지 쫓아가는 복수를 선택하는 인물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복수를 향해 끝까지 내달리는 ‘옥주’는 총, 칼 등의 무기와 바이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등 스피디한 액션으로 장르적인 쾌감을 높일 예정이다.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칸 영화제에 입성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전종서는 이후 영화 ‘콜’, ‘연애 빠진 로맨스’, 드라마 ‘몸값’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에 출연하며 매 작품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가 보여줄 또 다른 모습에 기대가 모이는 가운데, 전종서는 늘 액션 연기와 복수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장르적인 부분이 굉장히 끌렸다”고 말했고, 이 감독은 “‘콜’을 함께 하고 나서 그다음 작품을 꼭 더 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같이 출발했던 배우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 전종서는 “액션은 촬영을 하면서 만들어간 부분이 컸다.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주안점을 둔 건 왜 그렇게까지 싸우는지에 집중했다. 대사가 많이 없고 감정 변화도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표현적인 연기보다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슬픔을 무겁게 보실 수 있게끔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전종서와 이 감독이 공개 열애 중인 만큼 ‘콜’에 이어 두 사람이 발휘할 시너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 감독은 전종서에 대해 “영리하고 동물적인 배우다. 현장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워낙 서로에 대해 잘 알다 보니 말없이 눈빛만으로 이미 알고 있었던 거 같다. 너무 잘 맞는 호흡으로 촬영을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개 열애 후 첫 작품이란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이 감독은 “서로 잘 아는 관계이다 보니 장점이 더 많았던 거 같다. 소통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은 시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전종서는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없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의 곁을 지켜본 김지훈은 “현장에서 힘들 때 두 사람이 서로 응원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고등학교 한 반에서 둘이비밀열애를 하는데 잠깐씩 티가 나는 느낌이었다. 그런 기색이 느껴질 때 되게 귀엽고 부러웠다”며 웃었다.

민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자 복수의 시초가 된 인물 최프로는 장르를 불문하고 존재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김지훈이 맡았다. 김지훈은 “‘몸 값’, ‘콜’ 등을 인상깊게 봐서 이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다.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감독님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종서라는 독보적인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것만으로도 할 이유가 충분한 작품이었다”며 “최프로도 악역인데 기존의 악역과도 차별화된 지점이 있어서 잘 표현해내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거 같았다”고 말했다. 빈틈없는 외모와 피지컬을 기존 악역들과의 차별점으로 꼽은 김지훈은 “민망하지만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해서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전작인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전종서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지훈은 “그때는 동료였다면 지금은 지옥까지 쫓아가는 관계다 보니 치열하게 연기했다”며 “전종서 배우는 볼 때마다 늘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주는 배우여서 전종서라는 배우를 대체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플러팅’하는게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강렬한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신예 박유림이 연기한 민희는 옥주에게 삶의 재미를 알려준 유일한 친구이자 옥주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발레리나다. 박유림 역시 이 감독의 팬이었다며 “기회가 와서 행복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자유롭고 싶어하는 민희의 모습이 그때 당시의 저와 닮아 있었다. ‘발레리나’를 접하기 전에 발레를 배우고 있던 때라 운명같았다.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 감독은 “고유한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이 좋아서 이 배우라면 민희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이야기했다.

음악감독으로 그레이가 참여한 것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이 감독은 “‘발레리나’라고 해서 클래식으로 하고 싶진 않았다. 새로운 실험을 하고 싶었다. 평소 그레이의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레이가 음악감독으로 임한 ‘발레리나’ OST에는 전종서가 싱잉랩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발레리나’는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도 초청돼 스크린으로도 상영된다. 김지훈은 “기쁘다. 부산영화제를 처음 참석한다. ‘발레리나’라는 멋진 영화로 찾아가게 돼서 자부심이 느껴지고 뿌듯하다”고 기쁜 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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