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죄송하고,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비매너 논란’을 일으킨 남자 테니스 대표팀 권순우(26·당진시청)이 홍성찬(26·세종시청)과 함께 나선 복식에서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승리 소감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과부터 했다.

권순우-홍성찬은 2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8강전 하자와 신지-우에스기 가이토(일본)를 세트스코어 2-0(6-2 6-4)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1세트 초반은 1-1, 2-2로 맞섰다. 접전은 여기까지였다. 여기서 내리 4게임을 따내면서 1세트를 가져왔다. 7게임이 컸다. 5번의 듀스 끝에 게임을 따냈다. 8게임을 가볍게 따내며 1세트 승리.

2세트 들어 먼저 2게임을 내줬으나 이내 따라갔다. 3-3으로 붙었고, 5-3으로 달아났다. 여기서 다시 1게임을 줬지만, 최종 6-4로 승리했다.

경기 후 권순우는 “며칠 전에 있었던 단식 2회전 삼레즈 선수와 경기에서 성숙하지 못한 행동,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 많이 실망하신 국민들과 해외에 계시는 많은 분들, 태국에 계신 분들 모두에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삼레즈 선수도 많이 불쾌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사과한다. 경기 중 감정이 상할 수는 있다. 내가 제대로 판단했어야 했다. 내가 많이 흥분했다. 실력으로 졌다. 죄송하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른바 비매너 논란이다.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을 만나 1-2로 패했다. 부전승으로 1회전을 통과했으나, 첫 경기에서 그대로 탈락하고 말았다.

화를 이기지 못했다. 라켓을 강하게 내려치며 부쉈다. 벤치 의자도 몇 차례 가격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다음이 문제다.

삼레즈가 심판과 악수를 나눈 후 권순우와 악수하기 위해 다가왔다. 권순우는 이를 무시했다. 심지어 심판과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매너를 잊었다.

투어를 돌고 있는 것도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왔다. 외신에서 비중 있게 다루면서 ‘국가 망신’ 소리까지 나왔다. 해외 팬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다음날인 26일 삼레즈를 찾아 직접 사과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26일 “권순우가 오전에 태국 선수단 훈련장을 찾아가 상대에게 사과하고 경기를 잘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상대도 괜찮다고 서로 잘 풀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이 커졌다. 대한체육회는 최윤 선수단장 명의의 성명문을 통해 ‘권순우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대회 종료 후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리며, 다시 한번 이번 일로 실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목소리를 냈다.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다시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유감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놨다.

결국 권순우는 26일 자필 사과문까지 내놨다. “경기 직후에 국가대표 선수로서 하지 않았어야 할 경솔한 행동을 했다. 국가대표팀 경기를 응원하는 모든 국민 여러분과 경기장에 계셨던 관중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썼다.

이어 “나의 무례한 행동으로 불쾌했을 삼레즈 선수에게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진심으로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깊게 생각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성찰하며 모든 행동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단 한 번의 비매너 행동이 일파만파 커진 셈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27일 복식 경기에 나섰다. 승리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권순우는 “내 잘못으로 인해 경기력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됐다. 단식도 아니고 복식이다.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다. 경기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것이 없다. 성숙하지 못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며 사과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