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마음이 뭉클해진다.”

5년 전 패배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낸 탓일까. 얼굴에 후련함이 묻어났다. 그렇다고 들뜨거나 하는 모습은 아니다.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그때 기뻐하겠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적’ 중국을 격파하는데 일등공신인 우리네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의 얘기다.

한국 LoL 대표팀은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중국을 세트스코어 2-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1세트를 깔끔하게 정리한 뒤 2세트에서 초반 주도권을 내줬지만 후반 한수 위의 한타 집중력과 경기 운영을 앞세워 ‘숙적’ 중국을 침몰시켰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박재혁은 중국의 원거리 딜러 ‘엘크’ 자오자하오를 경기 내내 압도하며 ‘원거리 딜러’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줬다.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중요한 교전 때마다 맹활약하며 상대를 쓰러뜨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재혁은 “중국이 너무 잘하는 나라여서 긴장도 많이 했고 실제로 경기를 하면서 상당히 힘들었다. 힘들었던 만큼 이겨서 다행이다”며 “사실 오늘 내 플레이는 10점 만점에 6점이다. 원래 내 방식보다 더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경기를 돌아봤다.

이번 승리로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중국과 결승전 패배의 아픔을 완전히 씻어냈다. 당시 중국에 석패하며 은메달을 땄는데, 시상식이 끝난 후 박재혁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적지 항저우에서 당당히 중국을 제압한 것.

그는 “5년 전 결승에서 중국에 지고 마음에 트라우마로 많이 남았다. 그때 지고 선수로서 마음가짐이나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마음이 뭉클해진다. 경기에서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하려했고, 오늘 이겨서 마음의 짐을 많이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중국에 설욕할 수 있었던 데는 뒤집기 교전에서 박재혁의 활약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은 부족했다며 팀원들이 모두 잘한 덕분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오늘 내가 하던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팀원들 모두가 잘해줬다”며 “누구 한명이 못했다면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핵심이고 승리를 이끌었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대표팀은 28일 오후 7시(현지시간) 대만과 결승전을 치른다. 중국보다는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대만이지만 절대 방심할 순 없다. 그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끝낸 후 마음껏 기뻐하겠다고 했다.

박재혁은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기뻐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어느 나라든 결승에 올라온 것은 잘하기 때문이다. 남은 경기 더 집중해서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다.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