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아직도 군대물이 빠지지 않았던 것일까. 약 4년 만에 공식 석상을 찾은 배우 양세종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마치 AI가 말하듯 어색한 표현이 이어졌다. 베테랑 MC 박경림조차 말문이 막히는 반응이 나왔다. 넷플릭스 ‘이두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다.

양세종은 ‘이두나!’에서 은퇴한 아이돌 두나(수지 분)와 셰어하우스에서 만나 낯간지러운 설렘을 그리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을 연기한다. 매우 착하고 순수하면서도 솔직한 양세종의 면모가 이른바 ‘너드남’이라는 원준에게 고스란히 드러날 전망이다.

양세종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 넷플릭스 ‘이두나!’ 제작발표회에서 “저는 이두나 대본을 보면서 일단 좋은 떨림을 받았고, 심장이 매우 뛰었다. 스물 초반 원준이를 연기하는 것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어서 마지막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조리 있게 잘 표현한 것이지만, 어딘가 불안감이 있었다. 비교적 말을 빨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현장에서 말이 너무 느리기도 했고,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긴장한 모습은 수지와 호흡을 물어보는 질문에서 도드라졌다. 양세종은 “이두나란 인물이 집중이 될 수밖에 없었고, 같이 촬영할 땐 눈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좋았던 것 같다. 감독님과 수지, 저의 호흡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어쩌면 빠르게 전달할 수도 있는 말인데, 마치 스타카토 형식으로 한 음절씩 끊어 말했다. 박경림이 “얼마나 호흡이 좋았는지 알 것 같다”며 분위기를 띄우면서 웃음으로 번졌지만, 양세종이 당황한 모습은 꽤 인상 깊었다.

촬영장 외의 공간에서 스스로 너무 어색하다고 밝힌 양세종은 후반부부터 서서히 말이 풀리기 시작했다. 수지보다 동생으로 나와야 하며 20대 역할을 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냐는 질문부터다. 너무 순수하게 솔직한 말을 늘어놓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위 반응이 들썩였지만, 양세종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양세종은 “수염 레이저를 받았고, 반신욕과 마스크팩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3Kg 정도 찐 상태다. 이런 모습으로 나오지 않는다. 쫙쫙 뺐다. 걱정하지 마시라. 외적인 노력도 많이 했다. 마스크팩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수지씨가 뭐라 놀렸는데,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마지막 질문에서는 완벽히 자신의 모습이 나왔다. 이정효 PD의 어떤 작품을 좋아했냐는 질문이었다. 양세종은 “‘로맨스는 별책부록’과 ‘라이프 온 마스’다. 특히 ‘라이프 온 마스’는 정말 감탄하면서 봤다”라며 텐션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부끄러움은 이정효 PD의 몫이었던 듯, 이 PD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으며 웃었다. 예능에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법한 순수함이었고, 20대의 말간 모습을 담은 원준과 싱크로율도 상당해 보였다.

이정효 PD는 “웹툰을 보면 원준이가 진짜 되게 평범하고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세종 씨를 처음 봤을 때 그런 느낌이 들어서 캐스팅 제안했고, 하겠다고 해서 좋았다. 촬영하면서 진짜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며 “원준이가 감정이 많은 캐릭터여서 이걸 잘 조절해야 했기에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야기하다 보니까 ‘얘 진짜 원준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저한테 이야기하는 감정이나 이야기들이 순수하게 들렸다. 기분이 좋더라. 캐스팅을 진짜 잘했구나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두나!’는 오는 20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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