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2015 보디빌딩 세계대회 1위에 올랐던 남편이 식단, 운동, 수면까지 모든 일상을 계획대로 움직이는 숨막히는 완벽주의자 면모로 아내와 겪는 갈등을 공개했다.

23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 밥도 따로 잠도 따로 휴일도 따로 보내는 부부가 등장했다. 헬스장을 함께 운영 중인 부부는 7년 열애 끝에 결혼 6년차였다.

보디빌딩 세계대회에서 1등을 했던 남편 이교행은 선수생활을 10년 넘게 해왔고, 일상 역시 운동인으로서 루틴이 꽉 채워져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남편은 오픈부터 마감까지 챙기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었다.

남편은 더 좋은 PT수업을 하기 위해 20개가 넘는 자격증을 딴 것도 모자라 출근하자마자 열심히 공부를 이어갔다. 점심시간쯤 헬스클럽에 출근한 아내는 운동 중인 남편을 두고 혼자서 잡무를 처리했다.

운동시간 등 모든 걸 자신의 루틴대로 행동하는 남편은 갑작스럽게 계획이 변경되는 걸 싫어해 아내와 계속 부딪혔다.

완벽주의에 메모광인 남편은 “회원들이 저한테 기대치가 있다. 세계 1등이니까 뭔가 다르겠지 하시니까 최선을 다한다”라고 말했다. 그런 남편을 도와 아내는 “트레이너들이 자주 관두고 그래서 1명쯤은 남편과 계속 같이 가는 사람이 있어야 겠다 싶어서 트레이너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동하는 아내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남편은 끝없는 잔소리를 발사해 아내의 속을 긁었다. 연애시절에도 아내에게 운동을 가르쳐주다 헤어질뻔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아내는 “남편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 칭찬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속상해 했다.

MC 소유진은 이에 공감하며 “저도 요리를 알려주는데 남편이 화를 내면 너무 속상하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 잔소리를 들으면서 해야되나 싶어서 그냥 백종원 유튜브를 보고 한다. 그러면 맛있다고 하더라”라며 공감했다.

남편이 헬스장 운영에 이토록 열심인 이유는 점점 어려워지는 운영 때문. 그는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회원이 90명은 되어야 하는데 현재 30~40명이라 점점 한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운동만 지도했다면 지금은 고객 니즈가 다양해졌다. 식단부터 수면패턴까지 24시간을 상담 받는다. 그래서 열심히 안 하면 뒤쳐진다는 걱정이 있다”라고 말했다.

예민한 남편이 쉽게 잠을 들지 못해 각방을 쓰다가 두 사람은 현재 한 방에서 침대를 따로 쓰고 있었다. 귀마개와 안대가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에 MC들은 깜짝 놀랐다.

모처럼의 주말, 아내는 배달음식을 주문하려 했지만 식단을 사수하는 남편은 “닭가슴살, 커피 하나”라고 해 울화를 불렀다. 남편은 “몸에 안 맞는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라더니, 아내 옆에 앉아 닭가슴살을 먹었다.

아내가 TV를 보고, 요리를 하고, 빨래를 너는 내내 남편은 식탁에 앉아 공부에만 열중하더니, 이어 고기를 구워 혼자 먹고는 다시 공부 모드였다. 결국 폭발한 아내는 “휴일 하루라도 쉬면 안되냐”라며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넌데, 네 인생의 우선순위는 너잖아”라며 눈물을 쏟았다.

남편 때문에 하던 일을 포기했던 아내는 “나는 아이가 좋은데 남편이 반대했었다. 아기가 생기면 본인 인생이 없어질걸 안다고”라더니 “가끔 남편을 안고 자고 싶어도 안 된다고 하니까 포기다. 있는 그대로의 저를 그냥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라며 재차 눈물을 훔쳤다.

남편은 “행복하게 아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 싶었고, 차라리 와이프한테 잘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 남편의 완벽주의 성향이 자녀관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같다. 제대로 할 게 아니면 시작 안 하는 올 오어 나씽 관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친한 형을 만난 남편은 “내가 요즘 여러 상황이 악순환같다. 이유가 뭔가 했더니 2015년에 머슬마니아에서 국가대표 되고 세계대회 1등 하면서 초반에 너무 잘 풀렸다. 그렇게 승승장구 하다가 내 센터 차리고 이사하면서 잘 안풀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 자격 유지 하느라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서 신장이 안 좋아져서 34세에 은퇴를 했다. 그래서 늦기 전에 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에 센터가 안 되니까 멘탈이 부서질 것같다”라고 고백했다. 신장이 좋지 않아 피로를 많이 느끼는 남편은 마음이 늘 촉박하기만 했다.

오 박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조금 일찍한 거다. 상황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삶에서 중요한 것과 역할도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내 삶의 빛나던 시절을 기준으로 두면 너무 힘들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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