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올해 잇따라 열린 국제대회 경험이 KBO리그에서만 뛴 젊은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더 큰 무대를 꿈꾸는 계기가 됐다.

키움 내야수 김혜성(24)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전격 선언했다. 김혜성은 지난 1일 ‘2023 마구마구 리얼글러브 시상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실력을 키워 내년에 (메이저리그에)떳떳하게 도전하고 싶다. 4일 키움 홍원기 감독님과도 면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성에게 자극제가 된 건 단연 국제대회 경험이다. 그는 “국제대회를 여러번 치르면서 꿈이 생겼고, 특히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치르면서 (해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깊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김혜성은 2024년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 7시즌을 채운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신청 자격을 얻는다. 이미 지난 10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으므로 해외 진출 걸림돌도 없앴다.

올시즌 KBO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생애 첫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온 20대 초반 선수 A 역시 최근 스포츠서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향후 MLB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공개했다. 프로 선수라면 응당 최고의 무대인 MLB에서 뛰는 게 꿈이지만, 그 역시 국제대회에서 자신보다 한 수 위의 일본, 대만 선수들을 처음 만나면서 실력을 키워 더 큰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는 꿈을 구체화했다.

A와 마찬가지로 처음 성인 대표팀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또 다른 20대 초반 선수 B도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느끼고 왔다고 한다. B의 소속팀 관계자는 “B가 APBC에 다녀오고 나서 큰 자극을 받은 것 같더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많은 걸 느꼈지만, 일본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 APBC에서 일본 선수단의 훈련을 봤는데, 이들이 연습 배팅부터 질적으로 다른 타구를 날린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 했다”고 전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APBC엔 국내 고교 무대를 평정하고,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해 팀 내에서 상대적으로 기회를 많이 받은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모두 홈팬과 구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쑥쑥 성장하고 있는 소중한 선수들이다.

국내에서 나름 잘한다는 젊은 선수들이 코로나19 펜데믹(전 세계 대유행)이 종식된 올해 대거 열린 국제대회를 통해 새로운 ‘문화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간 TV 중계로 외국 선수들의 경기를 봤지만, 직접 본 인상은 또 달랐다. 생중계되지 않아 보지 못했던 훈련 모습에서 격차를 느꼈고, 직접 경험한 외국 선수들의 볼은 생각보다 예리하고 빨랐다. 향후 10년 넘게 한국 대표팀을 책임질 선수들이 받은 자극과 동기부여는 KBO리그엔 호재다.

이들이 꿈을 더 구체화하려면 국제대회가 많아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러한 국제대회 필요성을 예전부터 파악하고 일본 프로야구와 정기적인 교류전을 추진 중이다.

한국과 일본의 APBC 결승전 당시, 양국 총재는 일본 도쿄돔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두 사람은 한-일 교류전이 추후 성사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논의하기로 했다. 간담회에서 KBO 허구연 총재는 “한일전이 야구 활성화에 매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양국과 연계한 다양한 국제대회와 경기를 통해 아시아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의견을 전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