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현실이 가치를 넘어섰다. 프로 선수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을 어기고도 떳떳하게 필드로 돌아온다. 오구 플레이 늑장 신고로 징계받은 윤이나(21·하이트진로)가 이르면 오는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KLPGA는 8일 2024년도 1차 이사회를 열고 윤이나의 징계 감면에 관해 논의했다. 장시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 결과는 ‘감면’으로 나왔다.
협회측은 “상벌분과위원회의 ‘윤이나 정회원 징계 감면 추천’을 수용해 출장정지 기간을 3년에서 1년6개월로 감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스폰서를 비롯한 골프 관계자, 팬, 전체 회원 등의 입장과 대한골프협회(KGA)가 징계를 감경한 점 등을 고려했다. 장시간 논의가 이어져 투표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두루뭉술하게 표현했지만, 흥행이라는 현실을 골프 본연의 가치와 맞바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과오를 범했으니 한 번 봐주자는 의견이 이사회를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윤이나가 징계를 받은 뒤 결정에 순응했고, 50여시간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등 반성 기미가 보인 것도 설득력을 더했다.
국내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되자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에서 실전 감각을 다듬었고, 이 과정에서 얻은 상금을 현지 유소년 선수를 위해 기부한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소년 선수에게 무료 강의를 하는 등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협회측은 “윤이나가 앞으로 협회 발전에 기여하고, 다른 선수와 일반인에게 모범을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구제를 호소하는 3500건의 탄원을 고려해 징계를 감면하기로 했다. 당초 2025년9월19일까지이던 출장정지 기간을 오는 3월19일부로 해제할 수 있게 됐다.
300야드를 뿜어내는 장타자에 화려한 외모를 겸비한 윤이나는 등장과 동시에 팬덤을 형성할 만큼 강력한 흥행무기다. 스폰서나 투어 입장에서 확실한 흥행카드를 버릴 이유가 없다. 규칙 위반이 순간의 실수이고, 어린 선수인만큼 계도 가능성이 높으므로 징계를 감면하자고 주장한 쪽은 철저한 비지니스 관점으로 접근했다.
골프도 엄연한 스포츠인데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정직의 원칙’을 어긴 선수에게 쉽게 복귀를 허용한 것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가치를 위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KLPGA는 윤이나의 복귀를 허락했다. 함께 뛰는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선수의 몫으로 남겨졌다. 상업논리에 굴종했다는 지적 또한 KLPGA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