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한국 유통가를 뒤흔든 미국 법인 쿠팡Inc가 오는 3월이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3년이 된다. 미국 증시 상장 3년을 앞둔 쿠팡은 창사 이래 첫 흑자 전환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쿠팡의 과로사 논란, 입점·납품업체와 수수료에 대한 갈등과 같은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쿠팡은 현재 가파른 속도로 외형성장을 이뤄 지난해 첫 흑자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Inc 주가는 상장 이후 최고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현지에선 쿠팡Inc에 투자한 주주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0일 유통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Inc 종가는 8일 기준 16달러로 공모가인 35달러보다 54.2% 떨어졌다. 현 주가는 쿠팡이 2021년 3월 11일 상장 당일 장중 기록한 최고가 69달러와 비교하면 70%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창업주인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의장은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법인 쿠팡Inc를 뉴욕 증시에 상장시켰다. 쿠팡Inc 의결권은 지난해 4월 기준 김범석 의장이 76.5%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Inc 주가는 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가는 2022년 5월 10달러 밑으로 주저앉았고 이후 지금까지 20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3분기에 매출 8조원과 영업이익 1146억원을 거둬 창업 이래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고 실적을 발표했으나 이후 쿠팡Inc 주가는 9.9% 급락했다.
쿠팡Inc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7일 기준 304억4000여만 달러(약 40조원)에서 하루 만에 4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현재 시총은 286억달러(37조4000억원) 수준이다.
증권가는 “쿠팡이 내놓은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30% 이상 밑돌아 시장에선 어닝쇼크(실적 실망)로 인식됐다”며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에 따르면 누적 적자는 6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간 흑자를 달성하더라도 당장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는 어렵다.
쿠팡은 6조원대 적자에 대해 물류센터 확충 등을 위한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시장에선 “투자 대비 수익성 개선이 너무 더디다”는 말이 나온다.
쿠팡은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2021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고, 로켓그로스를 통해 제3자 물류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여전히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쿠팡Inc 주식을 매수한 한인 투자자와 뉴욕시공무원연금 등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공개 신고서에 허위 또는 사실을 오인할 내용을 담았고, 상장 이후 불공정 행위에 따른 주가 폭락 손실을 보상하라”며 주주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 반사이익으로 성장한 ‘쿠팡’…지속되는 잡음
쿠팡은 2010년 창립 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과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그간 6조2000억원을 전국 물류망 구축에 투자하면서 전국에 그물망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마련했다.
쿠팡은 AI(인공지능) 예측으로 고객이 주문할 제품을 물류센터에 미리 확보했다가 출고하기 때문에 당일배송 또는 새벽 배송 등 익일배송이 가능하다.
쿠팡은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등으로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뜻하는 ‘쿠세권’(쿠팡+역세권)을 전국 시·군·구의 80%(180여개)까지 늘리고 전반적인 직매입 상품군을 확대했다.
로켓 배송이 한 번 이용한 고객이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락인 효과’가 커 쿠팡은 매출 신장에 5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이용 고객이 2000만명을 돌파했고, 3분기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천146억원으로 2010년 창업 이래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유통시장이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쇼핑)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을 보면 쿠팡 23조원, 이마트 22조원(연결기준), 롯데쇼핑 10조원(연결기준) 등 순이다.
그러나 이런 쿠팡의 독주를 두고 ‘수수료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속 성장을 해온 쿠팡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신사업 리스크(위험), 이커머스 시장 성장 둔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직구 쇼핑몰의 한국 진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를 뜻하는 ‘활성 고객 수’는 2000만명을 돌파했으나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 자체도 크게 둔화했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성장률은 2021년까지 20%대에 달했으나 2022년 10%대로 반토막 났고 지난해 3분기에는 8%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초저가 가격’을 내세운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고객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1·2위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각각 차지했다.
쿠팡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공산품 대다수가 중국산이어서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 쿠팡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너무 빠르게 정상 찍은 신생 기업, 체제 확립 불안정
쿠팡은 고속 성장으로 인한 후유증도 적지 않게 안고 있다.
노동계와의 공방이나 입점·납품 업체와의 수수료 갈등이 대표적이다.
노동문제와 관련해선 쿠팡의 심야·새벽 배송 종사자, 물류센터 근로자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택배노조 등 노동계와 ‘과로사’ 공방이 반복되고 있으나 쿠팡은 강경한 태도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유통·물류업에서 업무상 질병 사망 노동자의 사인 1위가 심장질환(47.7%), 2위가 뇌혈관 질환(34.3%)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받아 가는 수수료율도 논란거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2월 20일 발표한 2022년 유통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온라인쇼핑몰 실질 수수료율은 12.3%로 나타났다.
온라인쇼핑몰 중에선 쿠팡의 실질 수수료율이 27.5%로 가장 높다. 이는 업계(12.3%)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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