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조별리그 한 경기 결과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는 지난 20일 카타르 도하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경기를 2-2 무승부로 마친 뒤 “아시안게임 때도 말레이시아에 패했다. 차라리 조별리그에서 정신을 다잡을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재가 소환한 말레이시아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2차전이다. 당시 대표팀(U-23)은 1차전에서 바레인을 6-0으로 시원하게 격파하고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만나 1-2로 패했다.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하다 역습 두 방을 맞고 무너졌다.

당시 U-23 대표팀도 ‘드림팀’이었다. 손흥민을 필두로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조현우 등 현재 국가대표 선수가 다수 포진한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말레이시아전 패배로 인해 금메달 기류에 먹구름이 끼는 것 같았지만 이후 승승장구하며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말레이시아전이 ‘예방주사’ 역할을 했고, 팀 전체를 각성하게 만든 셈이다.

요르단전 무승부는 뼈 아픈 게 사실이다. 내용도, 결과도 불안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 패하고도 결승까지 진출해 금메달을 획득했던 U-23 대표팀처럼 클린스만호에도 예방주사 효과를 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로 아시아에서 3위다.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등 멤버가 워낙 화려해 일본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 대회 참가국의 수준은 과거와 비교해 많이 올라왔다는 게 축구 전문가 대다수 의견이다. 각 팀간 전력 차가 줄어들어 한 경기에서 4~5골 차로 이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본은 이라크에 패했고, 이란도 홍콩을 상대로 1-0 신승을 거뒀다.

요르단전을 통해 한국은 당장 조별리그에서 만날 상대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조별리그, 토너먼트 한 경기를 넘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았다.

김민재도 “안일했던 것 같다. 매 맞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하지 않도록 선수들끼리 잘 얘기해야 할 것 같다”며 선수들이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미 승점 4를 획득했기 때문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확률은 거의 없다. 결국 지면 바로 떨어지는 16강전부터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