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초=원성윤 기자] KBO리그 역사 사상 초유 일이다. 현직 감독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는 43년 역사 한국 야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영장 신청 사실이 알려진 뒤 해임돼 야인(野人)으로 신분이 전환됐다고는 하나,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KBO리그 일원으로 품위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했다. KIA 김종국 전 감독이 지난해 경질된 장정석 전 감독과 법원 포토라인에 각각 섰다.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전날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탓이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이날 오전 중앙지법에 들어선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채 지나쳐갔다. 100여분간 심문받은 뒤 돌아갈 때도 “혐의를 인정하는가” “후원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게 사실인가” “야구팬에게 할 이야기가 없는가”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둘의 배임수재 혐의는 재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11월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얻은 자료에서 구단 후원업체 중 한 곳에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감독은 여러차례에 걸쳐 1억원 이상, 장 전 단장은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30일은 KIA가 한 시즌 준비를 위해 호주 캔버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날이다. 김 전 감독이 구단에서 해고되지 않고 선수단을 이끌고 떠났다면 신병확보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 지난해 4월부터 장 전 단장의 이른바 ‘뒷돈거래’를 수사하던 검찰로서는 7개월여 만에 비위행위 꼬리를 잡은 것으로 생각해 수사에 속도를 내려는 스탠스를 취한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검찰에 장 전 단장의 비위행위를 수사해달라고 고소장을 접수한 건 지난해 4월. 프리에이전트(FA) 계약 과정에서 선수에게 2억원을 뒷돈으로 챙겨달라는 녹취록이 공개된지 한 달여 만이다. 당시 장 전 단장은 “농담으로 한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그에 관한 여러 루머가 양산돼 KBO로서도 수사기관에 검증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6개월 이상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던 수사는 장 전 단장에 대한 압수수색 후 김 전 감독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현직 감독이 구단의 후원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할 수도 없을뿐더러 관여해서도 안되는 사안인데, 후원업체로부터 구단과 인연을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억대 금품을 받았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금품을 제공한 업체와 오간 액수가 공개된 것은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가성 여부를 떠나 고액이 오간 것만으로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심지어 김 전 감독이 검찰의 첫 소환조사에서 돈을 건네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답보상태이던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김 전 감독은 일단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 등) 대가성 금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배임수재는 ‘부정 청탁’을 증명하는 게 핵심이다. 돈을 준 쪽도 받은 쪽도 대가성 자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사안이 여론의 큰 관심을 얻게 됐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의 비위혐의 입증과 별개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만큼 무죄추정 원칙에 입각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한편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소속 구단 단장과 감독이 연루된 사건에 휘말린 KIA는 “팬 여러분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입찰 과정에 단장이나 감독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억울함을 표했다. 타구단 한 관계자 역시 “입찰할 때는 누구 소개로 왔다고 해서 잘 봐줄 수 없다”며 “나중에 문제되면 돈 몇 푼 때문에 문제된다고 것을 알기 때문에 정식 입찰이 아니면 칼같이 거절한다”고 지적했다.

사상 초유의 구단 단장과 감독이 휘말린 ‘배임수재’는 향후 치열하고 지루한 법정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