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청량함과 싱그러움, 성장 서사까지... 5세대 보이그룹들의 ‘신인의 맛’에 빠져들게 된다.

3~4세대 K팝이 난해하고 복잡한 세계관을 내세웠다면 5세대 K팝 가수들은 청춘과 성장 서사를 기반으로 한 이지리스닝 곡들로 대중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4세대와 5세대를 구분 짓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보이그룹들의 특징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4세대 걸그룹들이 ‘나르시시즘’에 기반한 자신감과 당당함이 기반이었다면 5세대 보이그룹들은 무거운 세계관을 버리고 청량함과 싱그러움을 기반으로 대중적인 음악을 택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 세계관 탈피→이모셔널팝·보이후드팝 독자 장르 선택

하이브 레이블의 2024년 첫 데뷔주자인 6인조 보이그룹 투어스는 베일을 벗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소속사 플레디스가 세븐틴 이후 9년만에 선보인 투어스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함께’라는 각오가 담긴 팀명처럼 청량하면서 밝은 에너지와 친근함이 강점으로 꼽힌다.

2003년생부터 2007년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팀 정체성에서 확장한 독자 장르 ‘보이후드 팝’을 내세웠다. 앞서 열린 데뷔 쇼케이스에서 경민은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저희 나이대에 맞는 소년미를 자연스럽게 들려드리고 청량함을 기반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드리겠다”고 밝혔다.

투어스는 지난 14일 방송된 MBC M ‘쇼! 챔피언’에서 미니 1집 ‘스파클링 블루’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로 1위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데뷔 23일 만에 첫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었다.

하이브에 투어스가 있다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는 라이즈가 있다. 지난해 데뷔한 라이즈는 청춘 감성을 건드리는 ‘이모셔널 팝’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함께 성장하고 꿈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은 팀명처럼 멤버들이 성장하며 겪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자신들만의 이모셔널 팝에 담아내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기존 SM 아티스트들이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광야’를 기반으로 한 세계관 ‘SMP’로 고유의 팬덤을 확보한 것과 노선이 완전히 다르다. 세계관에 얽매이는 대신 성장에 따른 변화를 음악에 담아내며 소화하는 음악 장르의 폭도 넓어졌다.

데뷔곡 ‘겟 어 기타’를 시작으로 ‘토크 색시’, ‘러브 119’ 등을 내놓으며 착실한 성장 가도를 밟아가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발표한 ‘러브 119’로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활동이 끝난 후에도 멜론 주간차트 4위까지 오르는 등 ‘대중픽’을 받으며 롱런 중이다.

◇ 가죽 자켓 벗고 교복입은 보이그룹, 성장과 청량이 답이다

‘청춘서사’를 전면에 내건 5세대 보이그룹의 스타트는 그룹 제로베이스원이 끊었다. 이들은 청춘의 찬란함과 그 이면의 불안정함을 담은 데뷔 앨범 ‘유스 인 더 셰이드’에 이어 불안을 딛고 일어나 단단한 자기 확신을 갖게된 ‘멜팅 포인트’로 청량 에너지를 전파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결성된 제로베이스원은 이미 데뷔조 결성단계부터 오디션 서바이벌이란 포맷을 통해 자신들만의 성장 서사를 쌓아나갔다. 두 개 앨범 연속 더블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투어스 역시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에서 교복이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소년 시절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자극했다. 라이즈는 데뷔 때부터 캐주얼한 의상을 착용했고 ‘러브 119’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통 큰 교복을 착용해 레트로 감성을 선보였다.

이들 외에도 지코가 제작한 보이넥스트토어, 데뷔를 앞둔 엔시티의 마지막 주자 엔시티 위시 등도 밝고 친근한 분위기의 노래와 캐주얼한 의상, 성장 서사로 5세대 보이그룹의 색깔을 짙게 만들고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의 성장 서사는 2000년대부터 있어왔던 클리셰다. 다만 5세대 들어 단순히 소년미가 아닌 청춘, 성장의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서사들을 대중과 공유하고 자신들의 음악 장르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공감과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이 차별화 지점”이라고 짚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