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투산=윤세호 기자] 최고 구위는 아니었다. 2022년 4월6일 고척돔에서 최고 구속 149㎞ 속구를 앞세워 6이닝 1실점 호투했던 모습. 혹은 지난해 11월 한국시리즈(KS)에 앞선 청백전서 주전 타선을 구위로 압도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계획대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는 데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LG 선발진 마지막 퍼즐 손주영(26)이 올해 실전 시작점을 찍었다.

손주영은 지난 2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NC와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40개의 공을 던지며 3이닝 2안타 0볼넷 3탈삼진 1실점했다. 캠프 선발대로 가장 먼저 애리조나 땅을 밟았고 불펜 피칭 시점도 팀에서 가장 빨랐다. 청백전이 아닌 상대 팀과 맞붙는 실전에서도 손주영이 가장 먼저 마운드에 섰다. 이날 속구 최고 구속은 144㎞. 평균 구속은 141㎞였다.

구속에서 드러나듯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변화구 제구에도 다소 애를 먹었다. 하지만 속구부터 감을 찾기 시작했고 이후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안정을 찾았다. 1회말 박민우에게 2루타를 맞고 1사 2루에서 폭투로 허무하게 실점했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1회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부터 3회말까지는 7연속 범타였다. 손주영이 올해 처음 실전 투구를 한 것처럼 NC 타자들도 투수의 공이 낯선 시점이다. 경기 내용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준비했던 부분이 연속성을 이루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손주영은 지난 시즌 중 코칭스태프와 투구폼을 수정했다. 보다 편하고 자연스러운 팔 스윙 궤적을 만들었고 이날도 수정한 팔 스윙으로 선발 등판에 임했다.

경기 후 손주영은 “실전 첫 경기였는데 준비한 대로 나름 잘 보여준 경기였던 것 같다”며 “초반에 변화구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이닝을 거듭하면서 제구가 잡혔고 준비한 대로 3이닝 잘 마무리했다. 남은 시간 더 준비해서 시즌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염경엽 감독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염 감독은 “주영이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첫 경기부터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첫 경기지만 마운드에서 여유를 보여줘서 올시즌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손주영이 다음에 투구하는 장소는 한국이 될 전망이다.

커리어만 보면 손주영보다 김윤식이 앞선다. 하지만 염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둘의 몸상태에 주목했다. 비시즌부터 공을 던진 손주영이 관리가 필요한 김윤식보다 먼저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 봤다. 디트릭 엔스, 임찬규, 케이시 켈리, 최원태, 손주영의 개막 로테이션을 일찍이 계획했다.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수가 따라와야 한다. 지난 25일 청백전에 등판한 엔스, 최원태에 이어 손주영까지 순조롭게 실전 첫 단추를 맞췄다. 특히 1선발 엔스는 첫 등판부터 구위와 제구를 두루 뽐냈다. 최원태도 지금 시점에서 포심과 투심 구속 140㎞ 중반대를 넘겼다. 켈리와 임찬규도 곧 실전에 나선다.

늘 선발진에 물음표를 안고 새 시즌에 돌입해온 LG다. 외국인 원투 펀치 의존도가 높았고 뚜렷한 토종 에이스가 없었으며 마지막 5선발 자리는 물음표였다.

다가오는 시즌은 다르게 간다. 지난해 임찬규가 토종 선발 최다승을 올렸고 최원태가 캠프부터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있다. 손주영이 시즌 출발선에서 5선발 구실을 해주면 어느 때보다 여유 있게 로테이션을 운영할 수 있다. 투수조 조장 임찬규부터 “선발 야구”를 다짐한 가운데 안정된 선발진이 연속 우승 키가 될 전망이다. 적어도 불펜 새 얼굴이 자리 잡는 5월 중순까지는 그렇다.

급하지는 않다. LG는 10구단 중 실전에 돌입하는 시점이 늦었다. 캠프에서 실전 경기수도 많지 않다. 양보다는 질이고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뚜렷한 계획과 계획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두루 품은 채 캠프 막바지를 바라보고 있다. 오는 29일 청백전, 3월1일 NC전을 치르고 2일 훈련 후 다음날인 3일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