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스코츠데일=윤세호 기자] 7년 전에는 쉽게 내뱉지 못했던 꿈이었다. 가슴 속에 빅리그에서 뛰는 자신의 모습을 담아 놓았으나 이를 표출하지는 않았다. 형과 동생은 그저 절차탁마하듯 꾸준히 기량을 향상시켰고 일찍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결국에는 꿈을 이뤘다. 샌디에이고 김하성(29)과 샌프란시스코 이정후(26) 얘기다.

한 국가에서도 나오기 힘든 빅리거가 한 팀에서 나왔다. 룸메이트로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던 두 선수가 이제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 맞붙는다. 형 김하성이 먼저 성공시대를 열었고 동생 이정후가 이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형이 3년 전 메이저리그(ML) 루키로서 보여준 허슬과 열정을 지금 동생이 이어받고 있다.

좋은 과정에서 결과가 나온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모든 플레이에 전력을 다하면 기록은 따라온다. 김하성이 그랬다. ML 신인이었던 2021년. 김하성은 작은 것 하나하나 신인처럼 행동했다.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배팅 케이지에서 하루를 보냈다. 빅리그 투수의 160㎞ 강속구를 이겨내기 위해 기계 볼과 싸웠다.

선발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오늘이 마지막 날인 듯 몸을 날렸다. 샌디에이고 팬은 김하성의 집념에 박수를 보냈다. 2022년 주전 유격수, 2023년 골드글러브 2루수가 되기에 앞서 KBO리그 스타 플레이어였던 자신을 내려놓고 신인처럼 빅리그에 맞섰던 2021년이 있었다.

이정후의 지금 모습도 그렇다. 최고 대우를 받는 이미 팀의 얼굴이 됐지만 신인의 마음으로 ML 첫 스프링 캠프를 치른다. 팀 훈련에 앞서 개인 훈련에 임한다. 팀 훈련이 끝나면 다시 개인 훈련이다. 6년 1억1300만 달러 특급 대우를 받는 선수라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는데 원정 경기 시 버스 동행을 자청했다.

이정후는 “버스를 타고 원정 이동을 한다. 여기서 나는 루키이기 때문”이라며 “사실 감독님이 먼저 물어보셨다. 개인차로 이동할 수도 있는데 버스 타고 이동하겠다고 했다. 대신 감독님께서 가족이나 친구가 왔을 때는 먼저 차를 타고 가라고 해주셨다. 출발할 때는 버스 타고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요행은 없다. 지름길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먼 길도 한 걸음씩 충실히 내디딘다. 그래서 한국 최고가 될 수 있었고 지금 최고 무대에 서 있다. 프로 선수로서 더할 나위 없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유지해 매년 성장하고 있다.

장대한 시작이 다가온다. 김하성은 오는 20일과 21일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ML 개막전에 출전한다. 고향과 같은 고척돔에서 LA 다저스를 상대한다. 이정후의 정규시즌 첫 경기는 오는 29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전이다. 샌디에이고 홈인 펫코파크에서 김하성과 재회한다.

둘 다 이날을 바라본다. 과거 히어로즈에서 그랬던 것처럼 김하성이 이정후에게 조언을 건넨다. 자신과 달리 이정후는 헬멧 문제를 겪지 않도록 맞춤형 헬멧 제작에 도움을 줬다. 늘 헬멧이 벗겨져서 위험했던 김하성과 달리 이정후는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헬멧 문제없이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

현재 컨디션은 둘 다 만점이다. 김하성은 5번의 시범경기에서 타율 0.444. 이정후는 3번의 시범경기에서 타율 0.444를 기록하고 있다.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시범경기 초반 기록이지만 남다른 정규시즌 시작을 앞두고 있고 그만큼 기대가 크다. 서울에서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는 김하성과 이정후의 브로맨스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