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다 자네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곧 갈 테니 우리 가서 다 같이 한번 만나세.”
원로배우 이순재가 고(故) 오현경의 영결식에서 추모사로 유족과 후배 연극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순재는 5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엄수된 고인의 영결식에서 “실험극장으로 활동하던 때 우리는 국어사전을 펴놓고 화술을 공부할 정도로 화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젊은 날을 회상했다.
고인과 이순재는 과거 TBC동양방송시절부터 동고동락했다. 이순재는고인과 실험극장 창립동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배우로 활동하는 고인의 딸 오지혜는 “지난해 수술을 받으시고 인지능력을 시험하는데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아주 힘있게 배우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며 “아버지는 연기를 종교처럼 품고 한길을 걸어오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함께 자리한 동료 연극인들은 고인의 육성이 담긴 연극 ‘봄날’의 공연 일부를 감상했다. “누구 있냐. 아직도 자빠져 자고 있어?”라는 쩌렁쩌렁한 대사는 생전 뛰어난 발음과 화술을 자랑했던 고인을 회상하게 했다.
고인은 생전 무대를 올렸던 아르코예술극장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본 후 식장을 떠났다.
오현경은 지난 1일 세상을 떠났다. 장례 기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배우 이순재, 박정자, 김성녀, 전무송, 연출가 손진책 등 문화계 인사와 동료들이 빈소를 찾았다.
1936생인 고인은 1954년 서울고등학교 재학 중 연극반 활동이 계기가 되어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극단 실험극장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며 ‘휘가로의 결혼’, ‘맹진사댁 경사’, ‘동천홍’, ‘허생전’ 등 대표작을 남겼다. 특히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방송된 드라마 KBS2 ‘TV손자병법’에서 만년 과장 이장수를 연기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2차례의 암 수술을 이겨내고 2008년 무대로 복귀해 ‘주인공’, ‘봄날’ 등에 출연하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보여줬다.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연극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연세극예술연구회가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올린 합동 공연 ‘한여름 밤의 꿈’에 출연했다. 이 작품은 고인의 유작이 됐다.
고인은 이날 천안공원묘원으로 이장된다. 2017년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이자 아내 윤소정의 곁이다. willow6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