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출루하면 항상 뛰려고 한다.”

삼성이 5467일 만에 개막 2연승했다. 시즌 전 ‘2약’으로 분류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화끈한 공격력으로 증명했다. 그 중심에는 163㎝ 리그 최단신 ‘리드오프’ 김지찬(23)이 있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활용한 주루 센스로 득점력을 높일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갖췄다. 삼성 공격의 ‘시작점’이다.

김지찬은 지난 23~24일 열린 2024 KBO리그 KT와 개막 2연전에서 상대 내야를 흔들며 삼성을 15년 만의 개막 2연승으로 이끌었다.

KT와 1차전에서 김지찬은 안타, 볼넷, 상대실책 각 1개로 3출루 경기를 펼쳤다. 도루 2개를 적었고 타점도 기록하며 6-2 승리에 힘을 보탰다. 2차전에도 2안타 1볼넷 3득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 경기 타율 0.375에 1타점 3득점 2도루로 공격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출루율이 5할이다.

김지찬은 “일단 출루하면 항상 뛰려고 한다. (김)성윤이형이 뒤에서 잘 연결해줘 잘 풀린 것 같다”며 “앞으로도 내 강점인 빠른 발을 활용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 내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만 생각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베이스 크기 확대가 확실한 호재로 작용했다. KBO는 올시즌 베이스 한 변의 길이를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로 확대했다. 지난 4년간 82도루를 기록하며 좋은 주루 센스를 보유한 김지찬이다. ‘나가면 뛴다’는 그가 베이스 확대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지찬은 “육안으로도 베이스 크기가 커지고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 난다. 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반겼다.

상대 내야를 흔들며 득점으로 연결하는 모습은 국내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는 ‘캐니언’ 김건부(23·젠지)를 연상케 한다. LoL은 5대 5로 맞붙는 PC 기반 MOBA(진지점령전)장르 e스포츠다. 탑-정글-미드-바텀(원거리 딜러·서포터)으로 포지션이 나눠져 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정글러로 손꼽히는 ‘캐니언’은 탑-미드-바텀 곳곳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상대 진영을 흔들고 동료의 득점과 성장으로 연결시킨다. 실제로 ‘캐니언’의 올해 LCK 스프링 정규리그 기록을 보면 어시스트 355회로 정글러 중 1위다. 김지찬이 삼성 공격의 시작이라면 LCK 젠지 공격은 ‘캐니언’에서 출발한다.

또한 자신이 상대를 처치한 수(Kill)와 아군이 상대를 처치하는데 도움을 준 횟수(Assist)를 더하고, 이를 자신이 처치당한 수(Death)로 나눈 수치인 KDA가 6.7로 정글러 중 1위다. 수치만으로도 팀 승리 기여도가 높다.

‘캐니언’처럼 김지찬이 나가서 뛰고 상대 배터리를 흔들면 삼성 득점은 물론 승리 확률도 높아진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김지찬은 공격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다. 주자로 나갔을 때 상대가 느끼는 압박감도 있고, 베이스 크기도 커진 만큼 공격과 주루의 장점을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은 경기에서 보여줄 일만 남았다. 올 시즌 목표도 확실하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는 것이다. 김지찬은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