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정용진의 신세계가 본격 시작됐다. 지난 2일 정 회장은 정두영(59)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영업본부장과 영업 담당도 함께 교체했다. 여기서 신세계그룹은 언론 보도 설명자료에 ‘경질’이라는 강한 표현으로, ‘성과주의’ 인사에 단호함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취임 당시 강조했던 ‘신상필벌’을 중점으로 내실 다지기 전략에 들어갔다고 본다. 앞서 정 회장은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할 것임을 알린 바 있다.
정 회장의 첫 타깃은 건설 부문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878억원에 달해 모기업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의 원인이 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29조 4722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신세계건설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신세계건설의 악화 요인은 부동산 침체에 따른 대규모 미분양으로 꼽을 수 있는데, 특히 대구에 건설한 빌리브 헤리티지, 라디체, 루센트 등에서 대거 미분양과 미수금이 발생한 점이 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과거 신세계그룹은 실적이 부진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정기인사 때까지 기다려주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쿠팡, 중국 이커머스 알리·테무 등 공습에 위기 상황이 고조되자, 정 회장은 인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이번 교체 인사를 두고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CEO 물갈이의 신호탄으로 본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는 수년간 지지부진한 G마켓, SSG닷컴, 신세계L&B 등이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다.
◇ G마켓·SSG닷컴·신세계L&B, 어떡하나
국내 이커머스 조상 격인 G마켓(대표 전항일)은 지난 2021년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인수했다. 오프라인뿐만 아닌 온라인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G마켓은 이마트에 인수된 이후 8개 분기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G마켓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9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연간 영업손실은 32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상태다. 지난해 4분기에 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8분기 만에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
G마켓은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손실을 줄여 흑자전환 했지만 최근 중국발 이커머스 알리·테무가 급속히 확대에 나서면서 꾸준히 상승기조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G마켓의 과제는 우선 흑자 유지다.
신세계그룹의 또 다른 온라인 이커머스 SSG닷컴(대표 이인영)도 적자 늪에 빠졌다. 출범 5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SSG닷컴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6784억원이다. 전년 대비 3.8%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무려 1030억원을 기록했다.
SSG닷컴은 2022년 하반기부터 GMV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GMV는 전체 거래액으로, 기업 가치 평가의 중요 지표다.
신세계 L&B(대표 송현석)도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다. 신세계L&B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016년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하고, 애주가 정 회장을 중심으로 ‘푸른밤’이라는 소주를 출시했지만,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결국 지난 2021년 신세계는 소주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또 신세계L&B는 발포주 ‘레츠(Lets)’를 2년 만에 단종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 L&B는 지난 2022년 3월 레츠를 선보였지만, 이 또한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는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시작으로 이미 인적 구조의 ‘다운사이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주력 사업인 이마트도 실적 부진 타개에 들어간 만큼 부진한 계열사 대표들도 인적 쇄신을 피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이커머스 공습과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저하로 실적 위기에 따른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간 것은 맞다”며 “아무래도 올해 인력 효율화, 부진 사업 축소, 구조조정 등과 함께 수시 인사 체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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