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정직한 후보’는 정치인이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는 독특한 설정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라미란이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력을 펼쳐 여전히 수준 높은 코미디 영화로 회자되곤 한다.

그 설정을 그대로 아나운서와 방송사로 옮긴 작품이 JTBC ‘비밀은 없어’다. 고경표가 라미란의 롤을 맡아 모든 갈등과 유머를 일으킨다.

지난 1일 방송된 ‘비밀은 없어’ 첫 방송에선 아나운서 송기백이(고경표 분) 불륜 파문으로 프로그램 존폐위기를 겪은 예능프로그램 ‘뛰는 형님들’에 출연하는 과정과 고압전기에 정신을 잃은 후 거짓말을 못 하는 병에 걸리는 모습이 담겼다.

그 사이 작가가 아닌 ‘잡가’라며 자신의 직업에 회의감이 있으나 늘 밝고 활기찬 예능 작가 온우주(강한나 분)와 티격태격, 티카타카를 만들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위 사람들도 잘 돕는 야망을 가진 송기백은 ‘뛰는 형님들’에서도 온 힘을 불태웠다. 아이돌과 맞붙는 피구 대결에서 모든 광고와 후원을 끌어오는 아이돌 스타 피엔(장원혁 분)만 공략해 ‘헤드샷‘(게임이나 구기종목에서 머리를 맞출 때 쓰는 표현)을 연달아 세 번 맞추자, 보다 못한 온우주가 송기백을 지하 전기 창고로 끌고 갔다.

우주와 대화를 나누던 중 재채기를 심하게 한 송기백은 고압전류에 손을 닿고 그대로 혼절했다. 이후 속마음을 그대로 뱉게 되는 병을 얻었다. 속마음이 그대로 내뱉어지는 가운데 성격이 괴팍한 피엔과 큰 싸움을 벌이던 중에 1회는 마무리됐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비밀의 없어’는 전개가 빠르면서 활기차고 유쾌하게 흘러갔다. 특히 주인공 고경표의 연기가 돋보였다. 코미디 연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한 고경표의 장기가 드라마에서 훌륭히 발현됐다. 어딘가 어눌하면서도 음흉하고,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으로 정감 가는 송기백을 만들었다. 초반부터 깔끔한 연기를 펼친 덕에 앞으로 속마음을 마구 내뱉을 송기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강한나는 인생 캐릭터를 만난 느낌이다. 연기적인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 없는 강한나는 ‘비밀은 없어’를 통해 의미 있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에게 늘 미소로 대하면서도 솔직함을 갖춘 온우주와 강한나의 싱크로율은 매우 높아 보인다. 마치 자기 옷을 입은 느낌이다. 어딘가 절제된 듯 하면서 톡톡 튀는 솔직함을 가진 온우주를 보고 있으면 시청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진다.

여기에 연기 잘하는 조한철과 고규필, 주종혁, 김새벽 등 연기를 감칠 맛 나게 할 줄 아는 배우들이 지원하며, 조나단의 동생 파트리샤와 이민구 등 개성 강한 신예들이 작품을 풍성하게 했다. 고정은 아니지만 초반부 갈등의 주범인 피엔 역의 장원혁은 신예답지 않은 당돌함으로 초반부 강렬한 인상을 이끌었다.

‘비밀은 없어’는 비록 첫회 1.9%(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로 미진하게 출발했지만, 색감이 짙고 고급 유머가 잔뜩 있는 덕에 신드롬을 일으킬 작품이 될지 모른다. 실제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는 ‘비밀은 없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더 잘한다는 ‘사회적인 거짓말’이 원천 봉쇄된 송기백이 앞으로 겪을 황당무계하고 괴로운 상황이 얼마나 유쾌하게 펼쳐질지, 이 드라마의 향후 전개가 기대된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