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맥키니(미 텍사스주)=장강훈 기자] “여러분께 한식을 소개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쑥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주뼛거리는 듯했지만 “바이런 넬슨의 땅에서 메인 후원사가 대회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는 영광을 얻었다. 덕분에 여러분께 한식을 소개할 기회가 생겼다. 즐겨주시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이경훈(33·CJ)이 ‘한식 전도사’로 나섰다. 일명 ‘K.H 리(이경훈)가 쏜다!’ 이벤트가 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에 있는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14야드) 미디어센터에서 깜짝 개최됐다. 호스트를 자처한 이경훈은 대회를 취재 중인 현지 미디어 관계자에게 한식으로 만든 도시락을 손수 나눠줘 눈길을 끌었다.

바이런 넬슨은 이경훈이 생애 첫 타이틀방어에 성공한 대회였다. 1944년 텍사스 빅토리오픈으로 시작한 역사 깊은 이 대회는 바이런 넬슨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승을 거둔 뒤 1968년부터 그의 이름을 대회명에 붙였다.

샘 스니드(1957~1958년) 잭 니클라우스(1970~1971년) 톰 왓슨(1978~1980년) 등 PGA투어 전설들이 타이틀방어에 성공한 대회였는데, 이경훈이 2021년과 2022년 역대 네 번째 연속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경훈에게도 특별한 대회가 올해 CJ를 타이틀 스폰서로 맞이해 더 CJ컵과 통합됐다. 대회 명칭도 더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달러)이다. 유서 깊은 대회 전통을 잇겠다는 CJ그룹의 의지가 담긴 명칭이다.

CJ는 이경훈의 메인 후원사이기도 해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시작하는 더 CJ컵 바이런 넬슨을 축하하기 위해 ‘한식 전도사’를 자처했다. 대회 도중인데도 기꺼이 미디어센터를 찾아 취재진을 대접하자 바이런 넬슨의 미망인 패기 여사도 참석해 고마움을 표했다.

현지 취재진에게 런치박스를 직접 전달한 이경훈은 “한식을 알릴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다. 내게 의미있는 대회이고, 후원사가 준비한 한식을 소개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다들 맛있게 드신 것 같아 더 기쁘다”고 말했다.

한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도 다시 알렸다. 오전조로 10번홀에서 출발한 이경훈은 12번과 13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보기로 주춤하는 듯하더니 18번홀(파5)에서 그림 같은 이글을 낚으며 반등 기반을 마련했다. 두 번째 샷이 269야드를 날아 홀옆 5m 남짓에 멈췄다. 차분하게 라인을 읽은 이경훈은 군더더기 없는 이글을 낚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후반에도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가 2타를 더 줄인 그는 중간합계 9언더파 133타로 김시우 안병훈 등과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버디가 많이 나오는 코스여서 주말에 좋은 경기하면 순위권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그는 “이틀간 파5에서 버디를 하나도 못했다. 주말에는 몰아서 버디를 하고 싶다”는 말로 자신감을 대신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