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사비나미술관이 카자흐스탄에서 교류전 ‘예술 입은 한복 Hanbok, Reborn as Art’전을 오픈했다.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한국의 미술관으로는 최초로 지난 17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초대대통령박물관에서 ‘예술 입은 한복’전을 열고 한국 작가 12인의 작품 35점을 선보였다. 권기수, 김선미, 남경민, 양대원, 여동헌, 이돈아, 이봉이, 이설, 이수인, 이이남, 이중근, 이후창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복이 지닌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회화, 미디어, 설치 등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트레블링코리안아츠 사업의 하나로 사비나미술관과 주카자흐스탄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카자흐스탄 초대대통령박물관재단이 협력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초대대통령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한국의 미술관 전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전시 개막식에는 카자흐스탄 주재국 외교단과 문화·예술계 인사, 미국, 체코, 인도 등 주재 국민 150여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축하공연으로 아스타나 고려인협회 공연단 ‘미성’이 전통 부채춤 공연을 선보이며 한국과 카자흐스탄 양국의 문화예술 교류 활성화를 기리며 전시개막을 축하했다.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예술 입은 한복’전은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의 국제 문화교류를 증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양국은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심화시키며, 지속 가능한 문화적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K-컬처가 전 세계에 유행인 가운데 최근 카자흐스탄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한복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복은 단순한 전통 의상을 넘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한복의 소재, 문양, 색, 도안, 형태 등 전통적 요소를 탐구한 후 각자 고유의 특성과 스타일대로 한복에 나타난 전통문화의 상징성과 조형미를 현대미술로 구현했다.
권기수 작가는 동양화에 등장하는 파도, 구름, 산 등 전통화의 도상을 작가 자신이자 현대인을 표상하는 ‘동구리’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동시대성을 반영했다. 동구리를 조선시대 관복의 흉배와 비단 댕기에 자수로 수놓은 작품에 등장시켜 전통복식과 현대적 캐릭터의 결합을 시도했다.
김선미 작가는 전통명절 복장과 장신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연작을 통해 여성들의 삶과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색동저고리의 소매와 색동꽃신, 여인의 버선과 꽃 형상을 조합해 명절의 들뜬 분위기와 기대감을 소개했다.
남경민 작가는 황진이와 신사임당의 방을 다중적 공간구조로 재현하고 두 여성의 신분에 따른 의복과 장신구, 예술적 재능을 암시하는 물건들을 배치해 여성 작가의 내면이 투영된 자아 성찰의 의미를 전했다.
양대원 작가는 직선과 곡선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한복의 아름다움과 평면성과 입체성이 공존하는 한복의 특징을 인간 속성이나 본질과 연결하여 탐구한 연작을 선보였다.
여동헌 작가는 길상(吉祥)의 의미가 담긴 복온공주의 혼례복 활옷과 신부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변신한 십이지신이 등장한 전통혼례 장면을 재현해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대중의 욕망과 시대의식을 보여줬다.
이돈아 작가는 렌티큘라 기법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의 한복을 연결하는 특별한 작업을 선보였다.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수인 작가는 전통 문자 문양과 한복의 전통색을 기하학적인 도형 형태로 구현해 수복(壽福)을 기원하는 마음과 민족의 신앙과 사상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했다.
이중근 작가는 전통춤 의상과 전통 탈춤 동작을 패턴화시키고, 작가 자신의 얼굴을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작품 속에 배치해 한복이 가진 변화무쌍한 에너지와 변주 가능성을 일깨웠다.
이이남 작가는 조선 시대 풍속화가 신윤복(1758~미상)의 ‘미인도’와 17세기 스페인의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의 ‘푸른 드레스를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의 옷을 개미들이 오가며 교환하는 독특한 장면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상상력의 경계를 확장했다.
이후창 작가는 전통 장신구인 나비 노리개 형태를 유리와 빛(네온)으로 구현해 기능미와 장식미를 강조하는 한편 전통 상징물들의 기복(祈福)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이설 작가는 전통 한복 소재 노방에서 영감을 받아 영상 작품 ‘사락’을 창조했다. 비단이 스치는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에서 따온 ‘사락’에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한국의 오랜 속담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봉이 명장은 현존하는 활옷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순조의 둘째 딸 복온 공주의 활옷(1830년)을 재현했다.
전시는 오는 6월 23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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