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1996년 SK텔레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삼성전자·LG전자의 합작 CDMA 대규모 상용화가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 선정 ‘IEEE Milestone(이정표)’에 등재됐다고 10일 SK텔레콤은 밝혔다.

IEEE는 1884년 토머스 에디슨과 그레이엄 벨 주도로 창설된 전기·전자공학 분야 세계 최대 학회로, 1983년부터 인류 사회와 산업 발전에 공헌한 역사적 업적을 시상하는 ‘IEEE 마일스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IEEE 마일스톤은 ‘글로벌 IC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그동안 북미·유럽·일본 등 기술 강국이 업적의 90% 이상을 차지해 왔다. SKT는 CDMA 사례로 국내 기업 최초로 선정 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IEEE 창립 140주년으로, 해당 업계에서는 CDMA 상용화가 세계 ICT 산업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이번 IEEE 마일스톤 선정을 반겼다.

SKT는 25년 이상 지난 업적을 심사하는 IEEE의 절차를 고려해, 2016년부터 민관합작을 통한 대한민국 CDMA 성공 사례를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고 SKT 관계자는 설명했다.

앞서 IEEE 마일스톤에 선정된 업적들로는 △1751년 벤자민 프랭클린의 전기 연구를 시작으로 볼타의 전기 배터리 발명(1799년) △마르코니의 무선 전신 실험(1895년) △최초의 무선 라디오 방송(1906년) △최초의 텔레비전 공개 시연(1926년) △최초의 반도체 집적회로(1958년) △컴퓨터 그래픽 기술(1965~1978년) △최초의 인터넷 전송(1969년) △QR코드 기술 개발(1994년) 등이 있다.

◇ CDMA 상용화 주역들 한 자리에…SKT타워에 IEEE 마일스톤 현판 설치

IEEE 마일스톤 수여식은 10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T 본사에서 열렸다.

SKT타워 외벽에 설치된 현판에는 대한민국 CDMA 상용화 주역인 SKT·ETRI·삼성전자·LG전자의 사명과 산업에 기여한 성과 등이 기재된다.

이날 행사에는 과거 SKT 각 조직에서 CDMA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등 총 250여 명의 업계·학회 관계자들도 자리해 역사적 순간을 함께 나눴다.

또한 전(前) 과학기술부 장관이자 SKT 부회장을 역임한 고(故) 서정욱 장관 유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고 서 장관은 SKT 재직 당시 CDMA 상용화를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IEEE 마일스톤 등재를 적극 추진해 대한민국의 ICT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 CDMA 상용화, 통신·반도체 성장 기폭제 역할

SKT·ETRI·삼성전자·LG전자는 1990년대 이동통신의 수요 폭증에 대응해 통화 용량을 아날로그 방식보다 1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CDMA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시 세계 기업들은 시분할 방식인 TDMA를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였지만, 대한민국은 성장 잠재력이 획기적으로 높은 CDMA 상용화에 도전했다.

정부는 ETRI가 국내에 도입한 CDMA 기술을 기반으로 SKT(당시 한국이동통신) 산하에 이동통신기술개발사업관리단을 출범시켰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단말 제조사들이 적극 협력해 CDMA를 국가표준으로 단일화한 결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민관이 하나 되어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어간 결실이었다. 대한민국은 단번에 이동통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더 나아가 세계 이동통신 산업 분야의 최강자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당시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우리 민·관·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발전했고, 이동통신의 쾌속 성장은 밀접한 산업인 반도체의 진화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 민관합작 상용화의 창의·도전·협력 “AI시대 개척할 것”

SKT는 CDMA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했던 당시의 열정을 되살리며,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여정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AI 영역에서 통신·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SK의 위상을 더욱 높여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T는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체 AI 기술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텔코 얼라이언스(GTAA) 등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AI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캐슬린 크레이머 IEEE 차기 회장은 “CDMA 상용화를 위한 대한민국 민관의 협업 노력과 선견지명이 ICT 분야에 필수적인 기술을 세계에 제공한 이정표로 인정받게 됐다”라며 “IEEE는 독창적이고 세상을 변화시킨 기술 사례이자 시대 혁신자들에게 영감을 준 CDMA 상용화 업적의 수상을 축하한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CDMA 상용화가 국내 기업 최초로 IEEE 마일스톤에 등재되는 영예를 얻게 되어 의미가 깊다”며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이뤄낸 CDMA 상용화의 창의·도전·협력을 되새기는 온고지신의 자세로 AI시대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