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티빙 ‘두발로 티켓팅’(2023)에서 주지훈, 최민호와 함께 힘겨운 미션을 이겨가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여행 티켓을 선물한 하정우와 여진구가 비행기 안에서 만났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하이재킹’에서다.‘하이재킹’은 운항 중인 항공기를 납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진구는 하이재킹을 시도해 승객들과 비행사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용대를, 하정우는 승객들을 위기에서 구출하고자 하는 부기장 태인을 맡았다. 용대가 폭탄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간다. 광기의 여진구와 서민영웅 하정우의 앙상블이 눈을 사로잡았다.
하정우는 “진구와 ‘두발로 티켓팅’ 때문에 12일 동안 먹고 자고 돌아다니면서 유대관계가 형성됐다. 현장에서 스스럼없이 합이 맞았다”고 치켜세웠고, 여진구는 “정우 형이 ‘진구야 첫눈에 반했어’라면서 다가왔다. 정우 형의 연기는 경지에 올랐다”고 말했다.
◇하정우 “술 먹은 여진구, 눈이 돌아가”
하정우는 좁은 공간이 익숙한 배우다. ‘더 테러 라이브’(2013)로 시작해 ‘터널’(2016), ‘PMC: 더벙커’ (2018)등 답답한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하는 연기를 줄곧 해왔다. ‘하이재킹’에서도 기내에서 수많은 사람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한 경험이 있어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실제 사건을 재해석한 작품인데, 실화가 주는 에너지가 강했죠. 폭탄이 터지고 좁은 공간에서 대치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어요.”
‘하이재킹’은 빌런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일을 만들고 키우는 건 빌런 용대의 몫이다. 연기력을 넘어 강력한 아우라가 필요했다. 22살의 나이에 하이재킹을 시도할 이미지를 가진 젊은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운명처럼 여진구를 만났다.
“‘두발로 티켓팅’ 미팅 자리에서 진구를 만나 술을 마셨어요. 저는 호리호리할 줄 알았는데 허벅지도 굵고 덩치도 좋더라고요. 카리스마가 있는데 술을 마시니 눈알이 돌아가더라고요. 왠지 얘라면 ‘납치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촬영 내내 ‘하이재킹’을 설명했어요. 진구는 성동일 선배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데도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화했어요. 어릴 적부터 경험이 많은 친구다 보니까, 나이와 무관하게 합이 잘 맞았죠.”
흥행보증수표로 불린 하정우의 영화 성적표는 데뷔 이래 가장 좋지 않다. ‘비공식작전’(2023)과 ‘1947보스턴’(2023)이 하정우의 이름값에는 못 미쳤고, 앞서 ‘클로젯’(2020)은 평단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흥행은 하늘의 뜻이라고 하잖아요. 잘 되길 바랄 뿐이죠. 연패가 끊어지길 기도하고 있어요. 그런데 쉽게 끊어지진 않는 것 같아요.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영화의 힘이 있으니, 꼭 봐주세요. 에너지를 느낄 겁니다.”
◇여진구 “‘국민 남동생’ 지나 새 목표 ‘국민 배우’”
‘하이재킹’은 사실상 여진구 영화리 해도 무방하다. 선배 배우들이 현실감 있는 연기로 중심을 잡은 가운데 그가 연기한 용대가 홀로 갈등을 일으킨다.
폭탄과 칼로 모든 승객과 승무원을 위협할 때도 눈빛으로 분위기를 제압했다. 더 이상 그의 얼굴에서 아역의 앳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용대가 나이에 비해 너무 큰일을 저질렀어요. 그 이유와 감정이 궁금했죠. 사이코패스일 줄 알았는데, 용대의 서사가 담겨 있어서 범죄를 미화하는 건 아닐까 걱정됐어요. 캐릭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아픈 시대상을 간접 경험했죠. 그 덕분에 사람답게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맏형 성동일을 비롯해 하정우와 채수빈까지 네 사람은 친분이 유독 깊다. 특히 하정우와 여진구의 우애가 남달랐다. 하정우가 여진구를 바라보는 눈길, 여진구가 하정우를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담겼다.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진구야 형이 널 처음 보고 반했어’라고 말씀하시더니, ‘하이재킹’을 얘기하셨어요. 영화 ‘1987’(2017) 함께 한 작가님과 조연출의 작품이라고요. 세세히 설명하면서 용대의 에너지도 말씀 주셨죠. 그리고 선택했어요. 선배들의 깊이를 깨달으려면 몇 년은 더 지나야 할 것 같아요. 경지가 정말 높았어요. 현장에서는 자연스러운데 작품에선 묵직해요. 저와 부딪히는 장면에선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제가 기대고 연기할 수 있게 든든히 계셨어요.”
작품에선 위기를 만드는 인물을 맡았지만, 평소 여진구는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린다. 조금도 허튼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배우다.
“사건 사고나 논란을 지향하지 않아요. 이 삶을 지키고 싶죠. 그래서 용대를 맡고 더 기분이 좋았어요. ‘국민 남동생’으로 오랫동안 불려서 참 감사했어요. 앞으로는 이순재, 안성기 선배님처럼 ‘국민 배우’가 되고 싶어요. 멀고 험한 길일 테지만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