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포심 패스트볼, 몸쪽.” “커브, 바깥쪽.”

포수가 버튼을 누르면 포수 헬멧과 투수 모자에 들어간 작은 스피커로 구종과 로케이션이 들린다. 사인 전달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상대가 사인을 훔칠 수도 없다. 눈이 아닌 귀로 사인을 받는 피치컴(Pitch-Com) 시대가 열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오는 16일 경기 전까지 10구단에 피치컴을 전달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 기간으로 사용 여부는 구단이 판단한다. 그런데 이미 몇몇 구단이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피치컴을 사용했다. 동작 원리도 간단해 적응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즉 다가오는 주중 3연전부터 1군 혹은 2군에서 피치컴을 통한 포수와 투수 간의 사인 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10구단 1군과 2군. 그리고 상무까지 총 21세트 피치컴이 배포된다. KBO 관계자는 “적응 기간을 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굳이 경기에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불펜 피칭 등 훈련 과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내년부터 피치 클락이 정식 도입되니까 준비하는 차원에서 피치컴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ML)에서 2022년부터 사용된 피치컴은 버튼이 설치된 네모 모양의 기계와 헬멧 혹은 모자 안에 들어가는 얇고 작은 스피커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포수가 무릎 혹은 왼쪽 팔뚝에 기계를 부착한다. 버튼을 누르면 모자 안에 스피커를 부착한 투수에게 음성으로 사인이 전달된다. 구종, 로케이션 순서인데 가령 포심 패스트볼, 몸쪽을 누르면 투수는 “포심 패스트볼, 몸쪽”이라는 음성을 통해 포수 사인을 인식한다.

장점이 많다. 보안·신속·정확성을 두루 갖췄다. 상대 주자, 혹은 1·3루 코치가 볼 수 있는 포수 수신호가 사라지기 때문에 사인을 간파당할 일도 없다. 버튼 두 번으로 사인이 끝나서 사인 전달 속도도 빠르다. 투수가 고개를 흔들면 다시 버튼 두 번만 누르면 된다.

복잡하지도 않다. 주자 출루 시 사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진짜와 가짜가 섞인 복수의 사인을 수신호로 보낸다. 피치컴 시대에서는 필요한 사인 하나만 전달하면 된다. 음성으로 뚜렷하게 전달되기에 사인 미스에 따른 폭투와 포일도 크게 줄어든다.

물론 점검할 부분도 있다. ML에서 그랬듯 그라운드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으로 투수가 음성을 전달받지 못할 수 있다. KBO리그의 경우 앰프를 통한 응원이 꾸준히 이뤄진다. 만원 관중 경기에서 나오는 우렁찬 함성에 음성이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따금 나오는 오류 현상도 확인해야 한다. ML를 보면 충전이 안 됐거나 스피커 페어링이 끊기는 상황이 이따금 발생한다. 이 경우 신속히 장비를 교체하거나 수신호로 대체한다. KBO리그가 ML와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만큼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적응만 되면 효과는 분명하다. 피치 클락이 적용될 경우 특히 그렇다. 유주자시 길어지는 사인 교환이 단축된다. 류현진이 피치컴 사용을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ML에서 지난 2년 동안 피치컴을 사용했던 류현진은 지난 3월 “주자가 있을 때 피치컴 없이 피치 클락을 지키기 어렵다. 무주자시에는 상관이 없는데 주자가 있으면 사인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피치컴이 있어야 시간을 지키며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총재님께 이 부분을 이미 말씀드렸다. 총재님도 이를 이해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피치 클락과 피치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존 관계다. 이듬해 피치 클락이 정식 도입되기에 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피치컴 배포도 이뤄진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