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중국 프로축구 갑급리그(2부) 옌볜 룽딩을 이끌며 홈 20연속경기 무패 신화를 지휘한 김봉길(58) 감독이 최근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고 극비리에 귀국했다.

김 감독은 옌볜 구단과 내년까지 계약돼 있으나 지난달 초 합의를 거쳐 이별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지난 2012~2014년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봉길매직’ 애칭이 따른 그는 23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을 거쳐 지난 2019년 말 산시 창안 감독으로 부임하며 중국 축구와 연을 맺었다. 산시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윈난성 18세 이하 대표팀 감독직을 지낸 뒤 지난해 을급리그(3부)에서 2부로 승격한 옌볜 지휘봉을 잡았다.

과거 푸더 그룹의 후원을 받으며 옌볜 푸더라는 팀명으로 슈퍼리그(1부)까지 누빈 옌볜은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적이 있다. 그러나 푸더 그룹과 관계가 어긋나고 재정난에 시달린 끝에 해체됐다. 이후 옌볜FC로 재창단한 뒤 옌볜 룽딩으로 팀명을 바꿔 운영 중이다. 과거처럼 예산 넉넉하지 않으나 김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8위로 이끌었다. 올 상반기도 흐름이 좋았다. 특히 김 감독 부임 이후 옌볜은 지난 5월까지 홈 20경기에서 10승10무, 무패 기록을 썼다. 1부를 통틀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또 인천을 이끌 때 외인 공격수로 활용한 브라질 출신 이보와 옌볜에서 재회해 국내 축구 팬의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달 1일 광시 핑궈 하랴오전(2-4 패) 직후 옌볜과 이별했다. 부임 초기 ‘3년 내 1부 승격’이라는 원대한 꿈을 품은 김 감독은 하반기 상위권 도약을 목표로 스쿼드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그러나 옌볜 구단의 뜻과 어긋났다. 중국 무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김 감독이 원하는 선수단 구성이 있었는데, 옌볜 구단은 가성비를 지닌 선수나 코치진을 활용하기를 바랐다더라. 그 외에 구단 내 복잡한 사정이 겹치면서 김 감독은 이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옌볜 구단과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고 여긴 김 감독은 중국 생활을 정리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5년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심리적으로 지쳐 있던 터라 이별 결심을 확고히할 수 있었다.

옌볜은 김 감독과 헤어진 뒤 스페인 출신 이반 콰드라도 감독을 선임했다. 그러나 최근 리그 6경기에서 2무4패를 기록하며 전체 16개 팀 중 13위로 밀려난 상태다.

김 감독은 귀국 이후 공식적인 자리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택이 있는 인천에서 쉬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