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폭염을 뚫고 극장가에 언니들이 몰려온다. 7월 극장가가 영화 ‘핸섬가이즈’, ‘하이재킹’, ‘탈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등 땀내나는 남성 중심 영화로 가득 찼다면 8월에는 언니들의 짙은 감성이 스크린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장르도 다양하고 배우들의 개성도 각기 다르다. 이견이 없는 ‘칸의 여왕’ 전도연의 ‘리볼버’를 시작으로 유쾌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혜리의 ‘빅토리’, 그리고 성숙한 메시지가 담긴 고아성의 ‘한국이 싫어서’가 관객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리볼버’는 비리를 뒤집어쓴 채 교도소에 갇혔다가 출소한 전직 형사 수영(전도연 분)이 약속한 돈을 받아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전도연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유흥업소 마담 정윤선 역의 임지연과 수영에게 돈을 주지 않는 앤디 역의 지창욱이 힘을 보탠다.
최근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리볼버’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전도연이 출연한 오승욱 감독의 연출작 ‘무뢰한’(2015)이 마니아층을 두껍게 형성한 바 있다. 때문에 또다시 전도연을 앞세운 건조한 분위기에 씨네필들이 열광하고 있다. 전도연은 이번 작품에서 모든 감정을 배제한 차가운 연기를 선보일 전망이다.
다음 달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빅토리’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학온 여고생이 치어리딩에 눈을 떠 동아리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영화판 ‘응답하라’ 시리즈다. 혜리는 극 중 춤에 살고 춤에 죽는 열정적인 여고생 필선으로 분해 동료들과 동아리 결성에 앞장선다.
혜리 외에도 박세완, 조아람 등 활기찬 에너지를 가진 MZ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박세완은 ‘댄스 스포츠’소재 KBS2 드라마 ‘땐뽀걸즈’(2018)에 출연한 바 있고 조아람은 걸그룹 구구단 출신이다.
걸스데이 출신 혜리까지 ‘춤’에 일가견이 있는 세 배우는 1990년 거제 한 고등학교의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에서 함께 땀 흘리고 연습하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친 9명의 치어리더의 신나는 응원전이 스크린을 통해 펼쳐질 전망이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영화 ‘한국이 싫어서’도 8월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영화는 20대 후반의 여성 계나(고아성 분)가 행복을 찾기 위해 가족과 직장,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고아성은 2시간 넘는 출퇴근길을 이겨내고 힘겹게 직장생활을 하는 계나를 연기한다. 한국 사회가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계나는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만 뉴질랜드 역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은 아니었다.
고아성은 희망을 발견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계나의 모습부터 답답한 일상을 어떻게든 뚫고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계나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고아성의 안정적인 연기가 유독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남성 서사 영화가 나온 뒤 공교롭게도 여성 주인공의 작품이 등장한다. 배우들의 면면이 뛰어나고 장르도 다양하다.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충분히 대중적 소구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계가 회복세를 보여, 극장가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가 생긴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