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방송인 박슬기의 폭로가 대중의 역린을 건드렸다.

박슬기는 최근 웹예능 ‘A급 장영란’에서 2006년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A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 2006년 KBS 라디오 쿨FM ‘키스 더 라디오’ 생방송 때문에 제작진의 양해를 구해 다소 늦게 촬영장에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미안한 마음에 현장에 있던 햄버거를 먹지 않았으나, 매니저에겐 먹으라고 했다. 그걸 본 A가 “넌 네 배우도 안 먹는데 네가 먹냐”며 매니저의 뺨을 때렸다는 내용이다.

박슬기의 발언을 들은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했다. ‘키스 더 라디오’ 출연 기간을 바탕으로 박슬기가 출연한 영화의 배우들을 뒤지며 ‘실명 찾기’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이지훈과 안재모가 거론됐다. 두 배우는 “자신은 갑질 배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슬기마저 나서서 해당 배우들을 보호했지만 누리꾼은 A가 누군지 끈질기게 찾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여러 스타가 촬영 과정에서 느낀 갑질과 설움을 폭로할 때마다 네티즌 수사대는 ‘실명 찾기’에 돌입하곤 한다. 고은아는 자신을 시기해 왕따를 시킨 여배우 스토리를 공개했고 허이재는 평소 다정하게 대하다가 잠자리를 요구한 남자 배우 B를 폭로했다. 사유리는 노골적으로 음담패설을 한 원로 가수를, 남규리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자신을 괄시하고 무시한 여배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언급한 인물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적 복수’를 가하고 싶은 네티즌 수사대의 ‘갑질배우’ 찾기는 이어지고 있다. 사유리는 너무 많은 인물이 거론되자 오히려 자신이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 대중의 역린 중 하나가 ‘학교폭력’이다. 학창 시절 위력을 이용해 주위 친구들을 괴롭힌 것에 대중은 조금도 용납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힘이 강한 배우나 스타가 약자를 상대로 갑질을 한 것에서도 비슷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하지만 갑질을 한 사람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할 바에는 폭로도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친 억측이 생사람을 잡기 때문이다. 이지훈과 안재모를 제외하고 수많은 연예인이 때아닌 불똥에 애꿎은 비난을 당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갑질은 연예계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주위에 만연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갑질을 했다는 것에 더 예민한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며 “학교폭력과 마찬가지로 갑질은 대중의 역린이다. 가십성으로 웃고 넘기기엔 매우 복잡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어, 더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