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좋은 친구는 삶의 큰 자산이다. 1990년대 지방 고교생들의 치어리딩 동아리 결성과정을 그린 영화 ‘빅토리’는 철없던 고교생이 치어리딩을 통해 협동과 협력을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혜리는 엄정화의 댄서가 꿈인 필선을, 박세완은 춤은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이른바 ‘K-장녀’로 동생들을 키워야 하는 위치에 있는 미나를 연기했다. 춤 실력이 늘어나는 것처럼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우정도 커졌다.
혜리는 “일찍 연습생을 시작해서 학창시절 친구가 없다. 실제 세완이를 의지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박세완은 “혜리가 힘들었을 텐데도 짜증 한 번 안 내고 촬영에 임했다. 왜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알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혜리 “학창시절 친구 없던 나, 진짜 친구 생겼다”
‘빅토리’ 연출을 맡은 박범수 감독은 일찌감치 “혜리가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혜리에게 ‘빅토리’는 적잖은 부담이었다. 무려 11곡이 넘는 춤을 춰야했고, 치어리딩 분량도 만만치 않았다. 거제도 사투리에 극의 ‘화자’까지 맡아야 했다.
“처음 대본 봤을 때부터 필선이가 멋있었어요. 부담이 커서 거절했지만 계속 기억에 남았어요. 이 작품을 하기로 했을 때부턴 불같이 달렸어요. 4개월 넘게 연습한 뒤 촬영을 시작했어요. 밀레니엄걸즈와 깊은 친구가 됐고, 이 작품을 정말 사랑하게 됐어요.”
혜리는 지난 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빅토리’ 언론시사회에서 느닷없이 눈물을 흘렸다. 영화가 학창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는 취재진의 말에 울컥한 것이다.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미나와 필선의 관계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안겼나봐요. 저한테 미나 같은 친구가 있나 싶거든요. 그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힘이 되겠어요. 필선일 때도 혜리일 때도 벅차올라요. 그래서 울었나봐요.”
혜리는 지난 7월 열린 뉴욕 아시안 영화제에서 ‘빅토리’를 통해 라이징 스타 아시아 어워드를 받았다. 처음으로 해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것도 모자라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영화제도 처음인데 상까지 준다고 하니까, 들떴어요. 어머니를 모시고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관객들이 정말 많이 웃었고, 감동적인 장면에선 많이 울었어요. 다시 없을 행복한 순간이에요. ‘빅토리’ 참 많은 선물을 줬어요.”
◇박세완 “춤연기 열등반, ‘나머지 공부’에 눈물…혜리 응원에 힘얻어”
춤이 소재였던 KBS2 ‘땐뽀걸즈’에서 댄스 연기를 시도하긴 했지만 박세완은 여전히 춤이 어렵다. 9명이 함께 출 때 늘 나머지 공부를 했다.
“연습할 때 우등반, 열등반이 있었는데, 열등반 중에서도 제일 더뎠어요.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난 왜 이걸 연습하고 있지?’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 뻔한 적도 있어요.”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을 때 위로와 응원이 된 건 혜리를 비롯한 밀레니엄 걸즈다.
“연습하다 홀로 중앙에 멈춰 있으면 혜리가 다가와서 ‘오늘 안 되면 내일 될 거야’라면서 응원해줬어요. 장난도 치고 분위기도 풀어줘서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저와 혜리는 진짜 필선과 미나처럼 서로 의지하고 우정을 쌓았어요.”
박세완은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 ‘빅토리’가 개봉하면 디즈니+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까지 이어진다.
“특정 작품의 벽을 두지 않아서 작품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20대 때는 고민이 없었는데 30대가 되고 나니 선배들이 다 대단해 보여요. 저희는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누군가에게 계속 부름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오랫동안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요. 간절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