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2023)가 공개됐을 때 파장은 실로컸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 실체가 낱낱이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성범죄 행각은 차마 한 번에 영상을 다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한편으로는 왜 인제야, 알려지게 됐나 싶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문제는 그의 범죄 행각이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은닉돼 왔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JMS 정명석 편은 성폭력 피해자의 증언으로 시작한다. 형사 고소와 함께 정명석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연 홍콩 국적의 피해자 메이플의 인터뷰다. 정명석은 2008년 여신도 강간 등으로 징역 10년을 복역하고 2018년 출소한 바 있다. 그가 출소 후에도 성폭력을 반복할 것이라는 추측은 많았으나, 메이플의 기자회견은 그것이 사실로 드러나는 첫 증언이었다.

메이플은 정명석을 고소하기로 한 후 JMS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을 받았다. 메이플이 고소와 기자회견을 위해 홍콩에서 한국으로 입국할 때도 그를 미행하는 차가 있었다. 제작진이 이를 발견하고 주차된 차에 다가가 창문을 두들기며 신원을 물었지만,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카메라를 피하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가 여전히 신도들에게 영향력이 있고, 그가 숱한 성범죄에도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다큐가 방영되고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음란물 혐의로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를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조성현 PD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조 PD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폭력 방지 특별법 14조 2항, 3항(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다.

조 PD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마포경찰서가 기소 의견 송치를 통해 ‘나는 신이다’가 얻어낸 공익이 미미하고, 얼굴과 음성을 변조해 내보낸 장면들을 지칭하며 JMS 열성 신도들의 사익이 더 크다는 비교하고 있다”며 “JMS 사건을 조명한 PD인 나를 성범죄자로, 나는 신이다는 음란물로 낙인찍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조 PD는 “이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음란물에 대통령상을 표창했고,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이 음란물을 증거로 활용하고 공개를 허락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선정성 논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 총재의 과거 성범죄 혐의를 다루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나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을 놓고 선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나는 신이다’는 지상파에서 담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이 담겼다. 그중 하나가 정명석 총재의 ‘성도착증’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여성 신도들이 “주님, 피곤하시죠?” “저희와 반신욕 해요”라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다큐에 등장하면서 피해자를 성 대상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이에 대해 조 PD는 “불편할 수 있지만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강조했다. 조 PD는 “다큐멘터리에 담긴 사실들은 실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위”라며 “저희 팀도 촬영을 갔다 오면 일주일 동안 앓아눕기도 했을 정도라서 보기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해를 구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익적 목적에 해당한다. 특히 사이비 종교로 인해 성적 착취를 당한 여성들이 많았고, 이를 재연이나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 사건의 실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는 위법성 조각 사유(違法性阻却事由)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이는 구성요건 해당성이 성립하나 실질적으로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말한다. 즉, 형식상 범죄 또는 불법 행위의 조건을 갖추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범죄 또는 위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유를 뜻한다. 비록 선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비평의 영역에서 비판받아야 하는 것이지 이것이 사법적으로 구속받을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정법으로 처벌받는다면 이는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일이 된다.

‘나는 신이다’가 나오면서 JMS에 가담했다 뒤늦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이 교회에서 30년간 몸담으며 부총재의 자리게 올랐던 김경천 목사는 JMS의 실체에 대해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JMS 피해자들에 대해 “그분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오히려 그런 범죄의 구렁텅이로 이끌었다”며 “미혹하는데 앞잡이 노릇을 했던 것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JMS 초창기 멤버로 30년간 홍보부장, 교육부장, 부총재 등 간부로 활동했다. 그러나 2009년 탈퇴한 후 네이버에서 가나안 카페를 운영하며 피해자들의 증언을 전하는 등 내부 실상을 알리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 때문에 이번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의 칼날이 JMS가 아닌 이를 폭로한 ‘나는 신이다’ 제작진에게 향하고 있는 건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공권력에도 JMS가 암약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검경이 박수받기 위해선 칼날을 방향을 이단 사이비 종교로 돌려야 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이런 종교로 인해 피해받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