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선발진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큰일이라 했다. 무너지지 않았다. 중심을 잡는 ‘에이스’가 확실히 있다. KIA 양현종(36) 얘기다. 대투수의 시간은 여전히 찬란하다.
올시즌 24경기 144이닝, 9승 3패, 평균자책점 3.75를 올리고 있다. 토종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2위, 다승 4위, 이닝 1위, 삼진 4위다. 2년 만에 10승이 보인다.
새 역사도 썼다. 통산 2053삼진으로 역대 1위에 올랐다. 송진우(전 한화)가 보유한 2048삼진을 넘어섰다. 역대 세 번째로 10시즌 연속 100삼진도 달성했다. 내년까지 세 자릿수 삼진을 뽑으면 최장 신기록이 된다.
또 있다. 10시즌 연속 170이닝도 보인다. 이미 9시즌 연속도 양현종밖에 없다. 26이닝 더 소화하면 된다. 산술적으로 으로 5번 혹은 그 이상 등판할 수 있다. 대략 5이닝씩만 먹어도 달성이 가능하다.
올시즌 KIA 선발진에는 악재가 겹쳤다. 1선발로 찍은 윌 크로우가 팔꿈치 부상으로 단 8경기 등판하고 빠졌다. 이의리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윤영철도 척추 피로골절로 장기 이탈 중이다.
무너지지 않았다. 대체 선수 캠 알드레드가 나름의 몫을 하고 갔고, 교체 외인 에릭 라우어도 첫 등판은 주춤했으나 두 번째는 준수했다. 토종에는 황동하와 김도현이라는 카드가 등장했다.
이들이 아주 빼어나다고 하기는 살짝 무리가 있다. 이들 4명이 9승을 합작하기는 했다. 대신 합계 9패이기도 하다. 3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없다. 합계 평균자책점 4.84다. 그래도 버티고 있다. 타선의 도움도 있고, 불펜도 힘을 낸다.
그리고 양현종이 중심을 잡는다. 올시즌 완투승만 2회다. LG에서 뛴 케이시 켈리와 함께 ‘유이한’ 선수다. 전반기보다 후반기 성적이 더 좋다. 8경기 등판해 3승을 올렸다. 패배가 없다. 중요한 순간마다 마운드에 올라 자기 몫을 해낸다.
혹자는 ‘언제까지 양현종이냐’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KIA는 양현종이 필요하다. 양현종도 “그래도 아직은 내가 좀 더 버텨야 할 것 같다. 이닝은 내 과제이면서 임무다. 내가 버텨야 어린 투수들도 쉴 수 있다. 필요하면 조정하는 시간도 얻을 수 있다. 내가 무너지면 팀에 마이너스다”고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이 크고 있지만, 베테랑의 역할도 중요한 법이다. 그래서 올시즌 목표도 다른 것 외에 170이닝으로 잡았다. 달성이 보인다.
그렇게 묵묵히 달려 각종 기록도 쌓고 있다. 삼진은 송진우를 넘어 역대 1위가 됐다. ‘선발승’만 보면 175승으로 이미 역대 1위다. 송진우의 163승을 일찌감치 깼다.
역시 송진우가 보유한 최다승(210승)과 최다 이닝(3003이닝)도 바라보고 있다. 현재 177승-2476.1이닝이다. 격차는 제법 된다. 이 추세면 못 넘을 일도 아니다. 딱히 노쇠화 기미도 없다.
그야말로 든든한 버팀목이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킨다. 넓게 그늘을 드리워 다른 선수들이 쉴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여전히 대투수 시대에 살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