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오지환(34)이 폭발했다. 올시즌 첫 4안타 경기다. 덕분에 LG도 웃었다. 주축 선수 오지환이 살아났다는 점이 더 반갑다. 비결이 있었다. ‘타격 기계’ 김현수(36)가 후배에게 좋은 선물을 안겼다.

오지환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전에서 투런 홈런 포함 4안타 3타점 3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LG도 오지환을 앞세워 13-3으로 이겼다.

오지환의 멀티히트는 15일 대전 한화전 이후 일주일만이다. 4안타는 올시즌 처음이다. 지난해 10월4일 사직 롯데전 이후 323일 만이 된다. 실로 오랜만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올시즌 83경기, 타율 0.254, 6홈런 43타점, 출루율 0.355, 장타율 0.398, OPS 0.753을 기록 중이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래도 이날 확실한 반등 계기를 만들었다.

숨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경기 후 오지환은 “사실 감이 좋지는 않았다. (김)현수 형이 방망이를 줬다. 한번 쳐보라고 하더라. 안 될 때는 바꿔보고 싶지 않나. 안타 하나 치는 게 참 어렵더라. 그래서 형이 준 방망이를 들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고,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도 받았다. 터닝 포인트라고 할까. 바꿔보고 싶었다. 결과가 좋다. 오늘은 기분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형이 새로 주문한 방망인데 길이나 무게는 내가 쓰는 것과 같다. 스타일만 조금 다르다. 볼티모어 유격수 거너 헨더슨이 쓰는 모델이라고 하더라. 뭔가 잘 맞았다. 오늘 잘됐으니 계속 이 방망이로 쳐야겠다”며 웃었다.

서진용 상대로 홈런이 나왔다는 점도 반갑다. 경기 전까지 서진용 상대 2타수 무안타다. 지난시즌에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

오지환은 “시리즈 1차전에서 안타를 못 쳤다. 오늘 다시 서진용 선수를 만났다. 속구가 들어오는데 자꾸 타이밍이 늦더라. 느낌이 좋지 않았다. 홈런도 홈런이지만, 안타가 나온 점이 더 좋다”고 했다.

이어 “뭔가 상대성이 있는 것 같다. 안 맞았다. 결과가 안 좋으니 화도 나더라. 꼭 치고 싶었다. 오늘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그 자체로 스트레스일 수 있다. 그러나 오지환은 보는 각도를 달리 한다.

그는 “경쟁 자체로 즐거움일 수 있다. 나는 오랜 암흑기를 거쳤다. 상위권에서 경쟁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좋은 경험이다.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나왔고, 선두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그래서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재미있는 경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상황이 아쉽기는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진짜는 가을야구 아니겠나. 나중에 시리즈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가을야구는 단기전이다. 우리와 붙는 팀이 더 떨릴 것이라 생각한다. 긍정적인 것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선두 추격이 만만치는 않다. 2위 삼성과 1경기 차이. 1위 KIA와 승차는 7.5경기다. 잔여 경기를 고려하면 정규시즌 우승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지환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순위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데 내려놓을 수는 없다. 대신 조금은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선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부분을 찾으려고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나도 그렇고, 현수 형, (박)해민이 형, (박)동원이 등 전투력 있는 베테랑이 많다.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잘 따라준다. 나쁘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