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 기자] 호투 비결이 분명하다. 꾸준히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이번에도 그랬다. 처음부터 영점을 잡지는 못했으나 하이 패스트볼 기복이 줄어드는 시점부터는 호투를 이어갔다. LG 선발 디트릭 엔스가 두 자릿수 승에 성공했다.

엔스는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102개의 공을 던지며 4안타 1볼넷 8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회 투구수가 늘어나 긴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으나 2회 고비를 넘기며 안정을 찾았다. 최고 구속 시속 152㎞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괴력을 발휘했다. 전날 뜨거웠던 키움 상위 타선을 힘으로 눌렀다. 이날 LG는 7-0으로 키움을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올시즌 엔스의 두 번째 경기와 흡사했다. 지난 3월29일 고척 키움전에서 엔스는 6이닝 11삼진 무실점 피칭을 했다. 이때도 꾸준히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최다 삼진 경기를 했다. 포심 패스트볼 제구가 유지되면 컷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도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엔스다.

이로써 엔스는 올시즌 키움과 맞붙은 4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했다. 이날까지 승리한 두 경기에서는 무실점 피칭으로 2승. 패배한 두 경기에서는 각각 3.2이닝 6실점. 6이닝 4실점했다.

경기 후 엔스는 “이전 키움전에 아쉬운 경기를 했다. 하지만 오늘은 팀 승리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초반에 볼카운트 싸움에서 고전했으나 야수들이 점수를 뽑아주어 수월하게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회말에만 29개의 공을 던지며 아슬아슬했던 2회말을 두고는 “많이 아쉬운 피칭이었다. 그래도 빠르게 카운트를 잡는 데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영점이 잡힌 거 같다”고 돌아봤다.

10승 소감을 두고는 “아홉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다. 일단 10승을 해서 기쁜 것보다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만족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승리를 팀에 안겨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호투 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직접 조작한 피치컴이다. 엔스는 이날 직접 피치컴을 누르며 포수 박동원에게 사인을 낸 점을 만족했다. 그는 “내가 던지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 좋았다. 피치컴 사용으로 경기 시간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투구 템포가 빠른 엔스다. 피치컴을 직접 조작하면 그만큼 사인 교환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템포를 잘 살릴 수 있다. 앞으로 피치컴이 엔스 호투에 또다른 부분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