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42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야구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2년 동안, 프로·실업팀 없이 사회인 야구로만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없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미안한 표정으로 ‘없다’고 했다.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 선수 중 인상적인 선수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변이었다.
지난 17일 허일상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은 화성드림파크에서 열린 ‘2024 화성 여자야구 국제교류전’에서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산하 여자 실업팀과 친선전을 가졌다.
결과는 영봉패(0-12·5회 콜드패)였다. 이날 한국은 특히 야수진에서 최정예 멤버로 경기에 나섰으나, 뼈 아픈 실력차를 인정해야만 했다.
결과는 당연했다. 일본 여자 실업팀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운영한다. 반면, 한국 여자야구팀은 한국 프로야구(KBO)의 별다른 지원 없이 각자 사회인 야구팀을 꾸려 사비를 내가며 레슨장을 향해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여자 사회인야구 리그도 NPB의 구단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구단 연고지 여자팀들에 공인구 등 각종 후원을 해준다.
일본 최고 명문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수석코치 출신이자 현재 요미우리 산하 여자 실업팀을 이끌고 있는 미야모토 카즈토모 감독은 경기 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에서 인상적인 한국 선수는 없었다”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카즈토모 감독에게 그래도 한국 팀의 장점을 꼽아달라 하자, 한참을 고민하더니 “파워가 예전에 비해 확연히 늘었다”고 했다. 카즈토모 감독은 “그러나 투수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비율을 더 늘리면 좋을 것 같고, 내야 수비진도 더욱 촘촘하게 디테일한 수비를 가져가야 한다”고 진심 어린 조언도 함께 덧붙였다.
“지원도 없다.”
한국 여자야구 선수의 궁극적인 실력향상과 여자야구 활성화를 위해 KBO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했다. 카즈토모 감독은 “일본도 ‘요미우리’라는 리딩 구단이 여자 실업팀을 만들자 일본 사회에서 큰 반향이 일었다. 한국도 KBO를 중심으로 KBO 구단들이 여자 실업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자 실업팀만으론 사실상 수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NPB는 프로야구단 수익의 일부분을 여자야구 활성화를 위해 사용한다. 멀리 보면 그것이 ‘야구’라는 산업의 더 큰 발전을 위한 궁극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일본 여자 실업팀 선수들은 NPB 선수들처럼 구단으로부터 연봉을 받진 않는다. 대신 NPB 산하 여자팀에서 뛰며 낮에는 구단 프런트로 변신해 구단 업무를 하고, 밤에는 NPB 구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 야구 선수로서의 급여는 받지 않되, 구단으로부터 체계적인 지원과 훈련을 받으며 구단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구단도 일석이조다. 여자 선수들에 대한 급여 부담은 줄고, 대신 야구를 잘 아는 일손은 늘었다.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좋은 이미지도 얻는다.
일본 여자야구연맹 회장이자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성부 위원인 야마다 히로코 씨도 “일본만 여자야구가 발전해선 안 된다. 한국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라며 “한국도 하루빨리 프로야구단이 여자팀을 창단해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여자 선수들이 훈련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한국 최초 여자 실업팀을 만드는 구단은 어디일까. ‘최초’ 타이틀과 함께 명실상부 한국 야구를 이끌어가는 리딩 구단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