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처음에는 비장애인과 같이 쳤다. 이내 장애인 종목을 알게 됐다. 흥미를 느꼈고, 전문 선수가 됐다. 당당히 패럴림픽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배드민턴 유망주이자 간판인 유수영(21·한국장애인고용공단) 얘기다.

유수영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WH1, 2등급) 결승전에서 마이지앤펑-취즈모(중국)조에 세트 스코어 0-2(10-21 12-21)로 패했다.

금메달 문턱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앞서 개인전 4강에서 탈락하며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복식에서 정상에 서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은메달도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 심지어 유수영은 이번이 패럴림픽 첫 출천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어린 선수를 발굴해 집중 육성했다. 유수영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원래 비장애인과 같이 쳤다. 선천성 하지기형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또래 친구들과 같이 ‘서서’ 배드민턴을 쳤다. 이후 휠체어 배드민턴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재미 없었다. 하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장애학생이 배드민턴을 친다’는 소문이 돌았고, 전문선수의 길이 열렸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단식 은메달, 복식 동메달, 혼합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성과가 나왔다. 그리고 패럴림픽에서도 당당히 은메달을 걸었다. 단식 동메달결정전도 남아 있다.

유수영은 “상대 선수가 때린 어려운 스트로크를 안정적으로 받아냈을 때 희열감을 느낀다. “남들과 똑같을 거라면 시작조차 안 했다”고 강조한다.

승부욕이 남다르다. 오죽하면 포켓몬스터 국내 배틀 대회에서 2위까지 했다. 독학으로 배운 일본어로 SNS를 통해 응원 디엠(DM)을 보내준 일본인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할 정도다. ‘꽂히면’ 끝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단식 4강에서 패했을 때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해서 울었다”며 “정말 질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긴장이 됐다. ‘이 선수에게 지면 어떡하지’라는 압박감도 있었다”고 했다. 근육은 경직됐고, 샷은 자꾸 어긋났다. 너무 분해서,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쏟아졌다.

평소 “삼촌”이라고 부르는 정재군(47·WH1·울산중구청)과 복식 결승에 나섰다. 유수영은 낮잠을 자면서 복식을 준비했다. “울었더니 너무 잘 잤다”고 했다. 결승에서 졌다. 금메달 실패다. 그러나 개인 패럴림픽 첫 메달이다. 기념비적인 날이다.

유수영은 “지금 당장은 조금 분하기는 하다. 내일 아마 시상대에 올라가면 은메달을 따서 좀 기쁠 것 같다”며 “돌아가면 4년 다시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추가 메달도 바라보고 있다. 2일 김정준(46·대구도시개발공사)과 개인 단식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일생의 숙적 가지와라 다이키는 만나지 못하지만, 개인전 동메달은 따고 싶다. 메달 포상금을 받으면 복식 4강전 상대이기도 했던 친구, 마츠모토 타쿠미를 만나러 일본을 갈 생각이다.

유수영은 “아시안게임 때도 다들 몰라주셨는데 이번에는 좀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 많이 응원해주신 덕에 복식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며 “다음에는 진짜 더 잘하고 싶다. 4년 뒤에는 응원해 주신 것을 갑절로 갚겠다”고 다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