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해외 시청자가 한국 ‘로코’(로맨틱 코미디) 클리셰를 더 알고 있어요. 조금씩 다른 재미를 찾기 시작한 거 같아요.” (배우 신현빈)
해외 팬을 의식하고 만든 건 아니었으나, 로맨스를 비튼 ‘K-신데렐라’가 각광받고 있다. 하이힐을 신고 왕자를 유혹한 가녀린 공주가 아니다. 땅을 딛고 일어선 여성 서사다. 해외 반응이 뜨겁다.
오는 22일 종영을 앞둔 쿠팡플레이 ‘새벽 2시의 신데렐라’가 대표적이다. 드라마는 재벌남 주원(문상민 분)과 같은 회사 선배 윤서(신현빈 분)와 사랑을 다룬다. 관습을 조금씩 비튼 게 주효했다.
윤서는 ‘신데렐라 되기’를 거부했다. 재벌임을 알고 덥썩 좋아하기는 커녕 이별을 선언했다. 부모 없이 어린 동생을 데리고 이룬 자신의 성과를 희석시키기 싫었다. 헤어지고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라는 재미도 더했다. 다음회가 궁금해 버튼을 계속 누르게 만들었다.
‘K-로코’에 익숙한 해외팬들이 먼저 알아봤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공개 첫 주에 미국, 브라질, 스페인 등 122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종편 채널A에서 2회 0.8%(닐슨코리아, 전국)가 최고시청률인 것과 정반대 성과다.
배우들은 전세계 시청자와 만나는 ‘OTT 힘’을 실감하고 있다. 신현빈은 앞선 인터뷰에서 “해외 팬들도 지난 작품 다시보기가 쉬워졌다. 각자 생명력을 갖고 살아간다”며 “이젠 작품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동남아나 일본 등에서 가면 식당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인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에 종영한 tvN ‘눈물의 여왕’은 역할 자체를 바꿨다.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 아들 백현우(김수현 분)의 뒤바뀐 ‘신데렐라’ 묘사에 풍자적 재미를 선사했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해인이 이혼하려다 현우에게 뒤늦게 사랑에 빠지는 설정도 신선했단 평가가 뒤따랐다.
OTT 순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눈물의 여왕’은 영어·비영어 콘텐츠 포함 69개국에서 넷플릭스 톱10에 들었고, 25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는 극 초반 신분 상승을 꿈꾸는 동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취업보다 ‘취집’을 꿈꾸는 신재림(표예진 분)이 재벌이자 사교클럽 대표 문차민(이준영 분)을 만나 팔자를 고쳐보겠단 이야기다.
끝에 가서 비틀었다. 주인공 재림이 사랑을 이룬 뒤 자신이 추구하는 꿈을 찾아 떠난다.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 전세계 25개국에서 서비스됐다. 태국 현지 OTT에선 더빙으로 입혀 현재도 사랑받고 있다.
배우도 이런 서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표예진은 본지 인터뷰에서 “드라마 말미에 ‘난 이제 백마 탄 전사로 살기로 했다’는 내레이션이 마음에 들었다”며 “의존적이었던 캐릭터가 자존감을 갖고 변화하는 모습이 기존 ‘신데렐라’와 차별점이었다”고 설명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