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전망이 좋지는 않았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쳤고 이번 시즌도 잘해야 6강 경쟁 정도 할 것 같았다. 확실한 에이스 이정현이 있으나 팀 전력이 상대를 압도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최고 슈터를 포기하면서 핸들러를 영입했다. 지난 6월4일 전성현을 내주고 이재도를 받았다. 사령탑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이재도를 통해 공수에서 에너지를 더하는 장면을 그렸다. 그리고 정규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기대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시즌 다크호스가 될 수 있는 고양 소노 얘기다.
결과만큼 과정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승리였다. 소노는 지난 23일 부산 KCC와 원정 경기에서 승리해 개막 2연승을 달렸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개막전에서는 43점을 넣은 이정현의 폭발력을 앞세워 완승. 이날은 이정현 대신 이재도가 활약해 승기를 잡았다. 이재도는 28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6스틸 전방위 활약으로 소노 이적 2경기 만의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낯선 장면은 아니다. 안양 KGC과 창원 LG 시절에도 이재도는 늘 코트 위에서 가장 열심히 뛰는 선수였다. 공수에서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 팀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 데 앞장섰다. 다만 새로 팀을 옮긴 만큼 적응이 변수였다. 이전처럼 메인 핸들러가 아닌 조력자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첫 경기인 현대모비스전에서는 다소 묻혔다. 하지만 KCC전에서 이정현이 상대 수비에 고전하자 구세주가 됐다. 내외곽을 누비면서 야투 18개 중 11개를 넣었다. 무엇보다 수비에서 김승기 감독 특유의 앞선 트랩 수비를 적극적으로 펼치며 스틸을 양산했다. 스틸 후 쉬운 속공 득점으로 KCC의 혼을 빼놓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4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당시 KGC 메인 핸들러였던 이재도는 김승기 감독과 함께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 신화를 썼다. 최초로 6강 플레이오프부터 치른 팀이 플레이오프와 챔프전 10연승을 이뤘다.
이후 이재도는 LG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가 이번 시즌에 김 감독과 재회했다. 자신을 백업 선수에서 핵심 선수로 끌어 올렸던 사령탑과 다시 호흡을 맞췄고 KCC전을 통해 김 감독의 농구를 직접 펼쳐 보였다. 김 감독 수비 시스템을 잘 이해했음을 스틸 6개로 증명한 이재도다.
이대로라면 이정현과 이재도 공존도 청신호다. 핸들러 두 명이 두루 활약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시스템을 이해하고 호흡이 맞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어느 팀보다 핸들러의 비중이 큰 소노 공격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둘 중 한 명만 컨디션이 좋거나 상대 수비를 압도할 수 있다면 팀 전체가 순환할 수 있다.
새 외국인 선수 앨린 윌리엄스가 빅맨으로서 득점과 리바운드, 그리고 스크린까지 괜찮다는 점. 이정현과 이재도 외에 국내 선수들이 스크린과 수비 같은 궂은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정현과 이재도가 같은 패턴으로 함께 살아날 수 있다.
물론 이제 두 경기다. 그래도 이정현과 이재도는 첫 경기에서 45점 11어시스트를 합작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42점 9어시스트를 합작했다. 4년 전 김승기의 남자였다가 돌아온 이재도. 현재 김승기 남자인 이정현이 빠르게 코트를 휘저을수록 순위표에서 소노의 위치도 높아질 것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