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팔수록 손해를 보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인 결혼 18년차 부부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갈등과 우울감을 호소했다.

4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전주에 살고 있는 4050 부부가 등장했다. 열살차인 두 사람은 대학에서 동기로 만나 연애 끝에 결혼했다.

29년간 소주회사에서 일한 남편은 지난해 퇴사 후 아내와 함께 일하고 있었다. 전문가급 사진 실력을 자랑하는 남편은 “아내가 퇴직하고 같이 일하자고 해서 지난해 회사를 관뒀다”라면서 스튜디오에서 쇼핑몰용 사진을 촬영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극존칭을 쓰는 아내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시종일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퇴사) 당시 사업이 잘돼서 직원이 6명 있고, 건물도 사고 차도 있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3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괴로움에 너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랬더니 남편이 ‘너 혼자 죽어’라고 하더라”라며 눈물을 흘렸다.

회사에서도 두 사람은 경제적인 문제로 냉랭했다. 남편은 주문 상황을 확인하더니 “그러면 우린 뭐가 남냐. 계속 우린 매출 떨어지는 거냐. 파트너가 7000만원인데 우리는 3000만원밖에 안 된다고?”라며 화를 냈다.

남편은 “CEO라면 맺고 끊는 게 있어야 하는데 아내는 너무 정이 많다. 남에게 간 쓸개를 다 빼주려고 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라고 불만을 토로했고, 아내는 안절부절 못 하며 눈물을 흘렸다.

우는 아내를 보면서도 남편은 욕설을 뱉었고 “내가 미친 짓을 했구나 싶어서 후회가 많이 된다. 빚잔치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니 성질이 난다. 이자도 못 내고 있으니”라고 속을 끓였다.

남편이 소주회사에서 29년간 일하는 동안 아내는 전업주부로 세 아이를 키웠다. 그러다 우연히 시작한 온라인쇼핑몰이 잘 되면서 아내는 사업체를 운영하며 성공을 거뒀다.

아내는 “과거에는 월매출 1억9000만원에 연매출 20억원 정도였다. 상주 직원도 6명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완전히 무너졌다. 그때 남편 모르게 사채를 빌려 직원 월급을 줬는데 그게 불어났다. 남편이 대출받아 갚아줬지만 재고도 10억원어치가 남아서 그것도 빚이 됐다. 결국 남편이 개인회생으로 갚고, 퇴직금으로 갚고, 그래서 퇴사까지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당초 남편의 명예퇴직금으로 화장품 제조업을 하려고 했던 계획이 어그러지며 두 사람의 사이도 악화했다. 아내는 “월매출이 3000만원인데 사채 이자와 대출 등이 남아있어서 아직도 마이너스다. 재고가 3억원 남아서 이걸 처리하려고 파트너를 구한 건데, 위탁판매로 남는 게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내 분의 마음 안에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크냐. 무서움이 크냐”라고 하자 아내는 “미안함이 크다. 그런데 남편이 싸우면 그렇게 욕을 한다. 집에서 외동딸이라 예쁘게 귀하게 컸는데 욕을 들으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다”라고 눈물을 쏟았다.

오 박사는 “경제적인 부분이 절대 작은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일단 욕은 상대에 대한 공격이다. 힘든 건 알지만 이거 분명히 가정폭력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진 화면에서 남편은 집에서 사진을 편집하고 홈페이지 작업을 하는 모습. 남편은 “거의 집에만 있다. 마음이 편해야 사진도 찍으러 가는데, 아내 일 돕고는 못 나가봤다”라고 말했다. 늦은 밤 혼자 술잔을 기울이던 남편은 “내가 너무 무능력한 기분이 든다. 한순간에 안 좋아져 버리니까 꿈을 꾸는 기분이다. 회사 그만두고 계속 우울하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실제로 남편은 아내와 다툰 뒤 극심한 우울감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고. 남편은 “30년 동안 회사와 사실 함께 컸고, 애착이 많다. 인생을 함께 보낸 곳이니까 너무 후회스럽다”라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오 박사는 두 사람에게 “호칭은 평등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내는 극존칭을, 남편은 하대를 하시더라. 호칭에서도 자존감을 높이시길 바란다. 아내분께는 현실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남편분께는 우울감을 치료받으시길 권한다. 걱정되는 상태다”라고 조언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