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천재의 좌충우돌 성장기
재능·실력 빼어나지만 제멋대로
개인훈련·무단 팀이탈 받아줄까?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여성 국극을 다룬 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가 화제다. 방송할 때마다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달릴만큼 뜨겁다.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정년이는 타고난 소리꾼 윤정년이 역경을 딛고 최고의 여성 국극 스타로 성장하는 얘기를 다룬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김태리의 원맨쇼에 이른바 2049세대가 열광한다.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문득, 윤정년 같은 캐릭터가 KBO리그 구단에 나타나면 어떨까 싶었다. 과몰입일 수도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동성끼리 모여 협업해 대중의 찬사를 이끄는 무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프로야구가 떠올랐다. KBO리그 역시 동성끼리 모여 최고의 플레이로 대중의 찬사를 끌어내는 스포츠다.
캐릭터만 놓고 보자. 윤정년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 모친에게서 엄청난 DNA를 물려받았다. 타고난 재능으로 모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명창의 꿈을 키웠고, 우연히 ‘국민배우’의 눈에 띄어 여성국극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될성부른 떡잎은 시가와 질투, 음해 속에서도 강단있게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고,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의 힘으로 또는 조력자의 등장으로 고비를 넘는다. 큰 줄기는 전형적인 영웅서사구조이지만, 그의 행동을 지켜보면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다.
어떤 이는 ‘민폐 캐릭터’라고도 한다. 좌충우돌을 넘어 하나부터 열까지 제 멋대로다. 빼어난 실력을 갖췄으니, 극단 단장이나 국민배우도 크게 제재하지 않는다. 급기야 오디션을 앞두고 무모한 연습으로 피를 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대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사 진단에 악다구니를 쓰고, 동료들의 연습을 방해하는 등 ‘팀원’으로는 해선 안될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우승을 밥먹듯 하는, 대체불가 스타가 장기집권한 팀이 있다고 가정하자. 거칠지만, 재능을 타고난 엄청난 원석이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유니폼을 입은 것만으로도 날아갈 듯 기뻐한 육성선수는 첫 훈련 때부터 ‘넘사벽 재능’을 뽐내 스프링캠프-시범경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규칙도 잘 모르고 팀플레이에도 서툴지만, 마운드든 타석이든 그라운드에만 서면 관중의 시선을 한 번에 끌어 모으는 퍼포먼스로 일약 ‘장외스타’ 반열에 오른다. 그런데 ‘그라운드의 맛’을 보기 시작한 육성선수는 “실력을 키우겠다”는 명분으로 팀 훈련에 불참하고 개인 훈련에 매진한다. 경기시작 직전에서야 나타나 경기를 지배해버리고는 정식 선수로 이름을 올린다.
막상 정식 선수가 되자 실력을 더 키우겠다며 자신을 혹사한다. 어깨에 핫팻을 잔뜩 붙인채 200개 300개씩 연습투구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몸을 혹사하더니, 회생불능 진단을 받고 팀을 무단이탈해버린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