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부동의 K팝 수요 해외시장 1위. K팝 그룹들이 올여름 일본 대규모 음악축제 ‘서머소닉’을 점령한 데 이어 연말 ‘일본 대중음악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홍백가합전’까지 점령했다.
일본 최고 권위의 연말 방송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K팝 스타들이 올해도 대거 초청됐다.
19일 NHK는 올해 12월 31일에 방송되는 ‘홍백가합전’에 출전할 41팀의 명단을 발표했다. K팝 그룹 중에서는 홍조(여성팀)에 걸그룹 트와이스, 르세라핌, 아일릿이 포함됐다. 백조(남성팀) 명단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이름을 올렸다.
1951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75회를 맞는 ‘홍백가합전’은 매년 연말 백조(남성팀)와 홍조(여성팀)로 나눠 노래 대결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유서 깊은 연말 무대인 만큼, 일본에서도 ‘홍백가합전’에 누가 나올 것인지 매년 관심이 쏠린다. 이곳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일본 음악 시장에서 정상급 가수로 인정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아이돌의 일본 활동이 늘어나면서 무대에 이들이 오르는 일도 많아졌다. 이런 무대에 K팝 그룹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일본 내 K팝의 인기가 그만큼 뜨겁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스트레이 키즈와 세븐틴, 르세라핌, 뉴진스, 니쥬, 트와이스의 유닛 그룹인 미사모가 무대에 올랐다. 특히 뉴진스의 무대가 화제를 모았다. 뉴진스는 일본 공식 데뷔 전인데도 이곳에 출연해 세 곡을 연달아 불러 일본 현지에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올해엔 그 자리를 아일릿이 채운다. 아일릿도 일본 정식 데뷔 전에 이 프로그램에 초대됐다. 이들이 지난 3월 발매한 ‘마그네틱’은 역대 여성 그룹의 단일곡 가운데 최단기간으로 일본 레코드협회와 오리콘에서 누적 재생수 1억 회를 돌파했다.
이 외에도 트와이스는 이번 ‘홍백가합전’이 5번째, 르세라핌은 3번째 무대이며 아일릿과 함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이곳에 처음으로 출연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언젠가 이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쁘다”며 “2024년의 마지막 날에 어울리는 멋진 무대와 퍼포먼스를 선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일본의 한류 열풍은 현재 열도에서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홍백가합전’ 라인업에서도 알 수 있듯 지금 일본에선 아이브, 에스파, 르세라핌, 뉴진스 등을 일컫는 이른바 ‘4세대 K팝 걸그룹’의 활약이 눈부시다. 올해만 해도 뉴진스, 아이브, 에스파가 일본 공연계의 심장부인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10만 관객을 운집시켰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부터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세븐틴까지 일본에서의 K팝의 인기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과 뉴진스, 아일릿 등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4세대 그룹들도 인기 대열에 합류하며 그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 등 신흥 K팝 시장의 부상에도 여전히 국내 가요 기획사들이 중요시하는 해외 시장이다. 일본은 전통적인 K팝 음반수출국 1위 국가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일본에서의 K팝 음반 수출액은 약 843억원으로, 미국(약 410억원)과 중국(약 302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엔 데뷔 후 일본을 진출하거나 일본인 멤버를 영입하는 것을 넘어 SM·JYP·하이브 등 주요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일본 현지화 그룹들까지 나오면서 K팝의 열도 공략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하이브는 앤팀을, SM은 엔시티 위시, JYP는 넥스지를 줄줄이 출범시켰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장 정서,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국가라 K팝의 진입장벽이 낮다. 따라서 일본 공략 후 동남아시아, 북미시장,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의 팬덤 문화 역시 충성도가 높다는 특성이 있어서 신인 그룹들도 데뷔 프로모션부터 일본 음악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