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명예훼손 아냐”…법원 “기술적 오류 악이용”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회사 노동조합 게시판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부정적 댓글을 원작성자로 속여 무단으로 수정한 언론사 전 대표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0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언론사 대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월 해당 언론사 인트라넷 노조 게시판에 ‘회장-대표 입장에 관한 토론장’이라는 제목의 글에 기자 B씨가 “됐고, 나가주세요”라는 비판 댓글을 보고 기자 C씨로 사칭했다. A씨는 “나 B... 죄송한데 지금 댓글의 90%는 내가 쓴 거예요. A 대표가 미운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싫어서 그랬어요. 그렇다고 회장 편도 아니에요”라고 추가했다.

당시 사내 게시판은 기술적 오류로 비밀번호란에 아무 숫자를 입력해도 댓글을 수정할 수 있는 상태였다. A씨는 이를 이용해 21일과 24일, 25일 3회에 걸쳐 B씨가 작성한 댓글을 수정/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인 회사 대표로서 노조 게시판에 접속했다. 임의로 숫자를 입력한 것만으로 댓글을 수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정한 방법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댓글 원문을 그대로 둔 채 문구만을 추가한 것이므로 ‘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과 2심에서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대표이사로서 정당하게 가지는 노조 게시판 접근권한을 사용해 댓글을 수정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 오류를 이용해 부당하게 댓글을 수정했다. 정보통신망 침입에 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댓글은 B가 피고인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자료에 해당한다. B만이 수정 권한을 가지는 글로 ‘타인’의 ‘정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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