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개임에서 탈락한 사람을 쏘려고 하는데, 어? 이게 얼굴이 낯이 익은 거예요. 누군지 알아요? 우리 아빠. 우리 아빠가 갑자기 내 앞에 서 있는 거예요. 살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간절하게 쳐다보는데. 딱 한 방을 쐈어요. 이마 한가운데. 그리고 깨달았죠. 아~ 이 일이 내 적성에 잘 맞는구나.” (‘오징어게임2’ 1화 中)
꼭꼭 숨겨두고 있었다. 악과 광기를 꺼냈다. “왜 이제야 악역을 했냐”는 핀잔 섞인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기다린 명작의 포문을 활짝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 속 딱지맨 공유에 대한 평가다.
적어도 1회 주인공은 공유다. 7회가 끝난 뒤에도 이정재, 이병헌, 박성훈과 함께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배우로 꼽힌다. 공유를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딱지맨은 시즌1과 마찬가지로 456명이 모이는 게임의 통로를 맡는다. 딱지로 승부를 겨루는데, 이기면 뺨을 때리고 지면 돈을 준다. 그리고 초대장을 건넨다. 딱지맨을 거치지 않고는 456억이 걸린 게임판에 입장할 수 없다.
시즌1보다 비중이 더 늘었다. 특히 1회는 딱지맨이 핵심이다. 탑골 공원 노숙자들에게 빵과 복권을 건네는 업무가 하나, 자신을 뒤쫓았던 성기훈(이정재 분) 무리와 목숨 건 러시안룰렛을 하는 대목이다.
빛나는 건 공유의 광기다. 탑골공원 노숙자들 앞에서 수십 개의 빵을 짓밟는 장면이 그렇다. 배를 채우기보다 헛된 욕망을 선택한 노숙자들을 조롱하는 액션이다. 열정적이다. 그리곤 “이 빵을 버린 건 선생님들입니다”라고 한 뒤 속이 후련한 듯 만족감을 드러내는 표정은 비인간적이다.
자신의 뒤를 밟은 우석(전석호 분)과 김대표(김법래 분)에겐 잔인했다. 서로 우정이 두터운 걸 아는 그는 러시안룰렛을 요청했다.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 일을 해서 지는 사람에게 총구를 겨눴다. 결국 한 사람이 죽었다. 그 과정을 온전히 즐겼다. 큰 눈이 뱅그르르 돌아다녔다. 살아남은 자에게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이제 저랑 얘기 좀 하시겠습니까?”를 던지는 장면에서 비로소 사이코패스라는 게 드러난다. 제법 잘 어울렸다.
하이라이트는 성기훈과 1:1 러시안룰렛을 벌이는 장면이다. 자신의 서사를 줄줄 읊던 딱지맨은 성기훈이 좀처럼 기세에서 밀리지 않자 결전을 제안했다. 어떻게든 성기훈의 자존심을 긁으려 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은 건 딱지맨이다. 약 10분 분량의 시퀀스는 7회를 통틀어 가장 긴장감 넘치는 대목이다.
기존 작품에서 공유는 악보다 선에 가까웠다. 색이 진한 빌런보단 이야기를 이끄는 화자였다. 나쁜 성품이었다 하더라도 성장했다. ‘오징어게임2’에선 철저한 악이다. 광기를 내뿜는 사이코패스. 특히 러시안룰렛에서 자기 머리에 총을 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장면은 잔상이 깊다. 벌써 에미상급 연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처음이나 다름없는 공유의 광기, 이미 세계가 알아보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