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닥터 복서’ 서려경(33·천안비트 손정오복싱)이 아쉽게 패했다.

서려경은 21일 일본 도쿄의 고라쿠엔홀에서 열린 구로키 유코(33·일본)와의 WBA 여자 미니멈급(47.6㎏) 타이틀전에서 0-3(94-96 94-96 94-96)으로 판정패 했다.

졌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첫 해외원정 경기였고, WBA·WBC·IBF·WBO 등 4대 메이저단체의 챔피언 벨트가 걸린 시합이기도 했다.

게다가 상대인 구로키는 프로 16년차 베테랑으로 WBC 미니멈급 챔피언과 WBA, WBO 아톰급 통합 챔피언을 지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인 것.

이날 경기에서 서려경은 세계적 수준의 경기력으로 선전했지만, 결국 판정에 밀렸다. 상대의 풍부한 경험을 넘지 못했다.

이날 경기결과로 서려경은 프로 데뷔후 첫 패배를 당하며, 통산 전적은 11전 7승(7KO) 3무 1패가 됐다.

서려경은 챔피언 등극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지만, 전문직 종사자도 복싱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그는 이미 국내 챔피언 출신이다. 지난해 7월 국내 프로복싱 단체 KBM(한국복싱커미션)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정상에 올랐고, 3월에는 WIBA 미니멈급 세계 타이틀 매치에서 요시가와 리유나(23·일본)와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다.

복싱계엔 잘 알려진 것처럼 서려경은 복서이며 현직 닥터다. 그는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지난 2019년 복싱에 입문했다. 수련의 시절 33시간 당직을 서고 체육관으로 향하는 일상(?), 준비운동으로 줄넘기 1000개를 하는 끈기로 복싱에 몰두했다.

서려경은 발가락이 하나 없이 태어났고, 양쪽 발의 길이도 다르다. 그런 불균형으로 만성 통증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운동했다.

서려경은 한 방송에 출연해 “제가 의사나 복싱 선수로 여러 어려움을 헤쳐나간 것처럼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에게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제가 힘이 되어 드리겠다”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의사와 복서로,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서려경은 병원과 링을 오가며 자신의 꿈을 모두 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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