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방콕=정다워 기자] “일류첸코가 올 줄은 몰랐네요.”
겨울 이적시장에서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은 스트라이커 김지현(29)은 유독 경쟁이 빡빡한 팀에서 뛰어왔다. 강원FC 시절에는 정조국, 제리치가 있었고, 울산HD에서는 주민규, 마틴 아담 등과 원톱 자리를 놓고 싸워야 했다.
이번엔 일류첸코다. 김지현과 같은 시기에 수원으로 이적한 걸출한 외국인 스트라이커다. 경험, 실력 면에서 2부 리그를 장악하기엔 충분한, 무게감 있는 선다. 여기에 기존의 김현까지 세 명의 스트라이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프로 선수에게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김지현은 유난히 톱 레벨 스트라이커들과 경합한다.
22일 태국 방콕의 르메르디앙 수완나품 방콕 골프 리조트 앤 스파에서 만난 김지현은 자신의 험난했던 주전 경쟁에 관해 해탈한 듯 “늘 그랬다. 꼭 쟁쟁한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경쟁해야 했다”라며 웃은 뒤 “그래도 괜찮다. 내가 잘하는 게 있으니 그걸 내세우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은 충분하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울산에서의 존재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9년 강원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김지현은 2021년 울산으로 이적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울산에서는 K리그1 통산 2골을 넣는 데 그쳤다.
김지현은 “힘든 시기도 있었다. 자존감,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내가 못 했으니 당연했다”라며 “울산에 왜 갔냐고 말하는 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덕분에 내 부족함을 알게 됐다. 정신적으로, 실력으로 내가 아직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기에 못 나가도 배웠다. 나름대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마음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분기점이 될 만한 이적이다. 김지현은 “더 많이 뛸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사실 일류첸코가 올 줄은 몰랐다.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함께해보니 정말 잘하더라. 여전히 피지컬이 대단하다”라며 미소를 지은 뒤 “나도 활동량, 연계, 침투 등에서는 장점이 있다. 이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울산에서 팀의 구성원으로 많은 것을 이뤘고 경험했다. 수원에서는 내 존재가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줄곧 1부 리그에서만 뛰었던 김지현에게 2부 리그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는 무대다. 하지만 그는 “다른 팀이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원 삼성이면 2부 리그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라면서 “다른 팀 선수 입장에서도 수원 팬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빅클럽이고 언제든 1부로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라는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김지현의 재도약은 수원이 승격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김지현은 “부활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내가 잘하면 좋은 것이니 공격포인트를 15개 정도는 하고 싶다. 모두가 원하는 승격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 역할을 다해내겠다”라고 말했다.
수원에 합류한 지 3주. 김지현은 “지금까지 해본 그 어떤 동계 훈련보다 힘들다”라며 혀를 내두른 후 “그래도 재미있게 팀에 적응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후배급이었는데 여기선 선배급에 속한다. 색다른 느낌인데 나쁘지 않다. 얼른 수원 팬의 응원을 들으며 경기에 나서고 싶다”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